- 노인·대학생 등 인근 주민 대피

2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동부산대학교 뒤편 운봉산에서 불이 나 강풍을 타고 기장군 일대까지 확산됐다. 소방 당국은 대규모 주민 대피 조치를 했고, 공무원과 경찰, 군부대까지 진화에 나섰으나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불은 오후 3시18분 운봉산에서 처음 시작됐다.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에 동부산대학 뒤 운주사 앞에서 발생한 불은 3시간여 만에 운봉산 정상을 비롯한 산 전역을 태웠다. 오후 5시께에는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 실로암묘원 근처까지 번지기도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운봉산 일대에는 초속 2.9ｍ의 강풍이 불고, 습도가 17% 수준이어서 건조주의보가 발령됐다.

소방 당국은 불길의 확산 속도가 빠르고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판단해 오후 4시2분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어 오후 5시26분에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대응 2단계 조치는 4개 소방서 이상의 지원 인력이 필요한 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때 내려진다. 화재 현장에는 헬기 10여 대 등 장비 50여 대와 소방관 200여 명이 출동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또 경찰 기동대 3개 중대, 200명이 투입됐고, 해운대구 직원 70여 명도 화재 진화에 나서는 등 1200여 명이 산불진화에 투입됐다.

이날 불로 운봉산 주변에 노인요양시설에 있던 환자 35명이 급하게 대피했고, 운송중학교 학생과 교직원, 인근 사찰 관계자와 주민 등이 소방 당국이 마련한 안전한 곳으로 피했다. 동부산대는 수업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소방 당국은 화재 현장 근처 아파트 주민들도 대피하도록 한 뒤 불이 아파트 쪽으로 번지지 않도록 방어 조치를 했다. 이에 따라 운봉산 산책로 출입구와 주변이 통제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께 화재 진압을 위해 투입한 헬기를 철수했으며, 부산시와 기장군도 안전 문제를 이유로 진화 작업 중이던 공무원을 철수시켰다.

소방 당국은 밤샘 진화작업을 벌였다. 산림청 기동타격대가 물지게를 지고 화재 현장을 돌아다니며 불을 끄고, 그 뒤를 다른 진화인력이 따라다니면서 불을 껐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건조한 날씨에다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강한 바람이 불어 연기가 많이 나고 불이 빠르게 확산했다”며 “바람 탓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진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목격자 조사와 운봉산 입구 주변 CCTV 분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후 8시 현재 소방 추산 5㏊(1만5000평)의 임야가 불에 탔다. 부산시는 산림 피해 면적을 10㏊(3만 평)으로 추산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