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청 금지하는 현행법 피하려고
- 공동 수급 방식으로 공사 계약
- 업체 간 책임 떠넘기기 공방
부산에서 아파트 승강기 교체 작업을 하던 근로자 2명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장치 관리 부실이 사고 원인으로 꼽히지만, 하청 계약이나 마찬가지인 ‘공동 수급’ 탓에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다. 법 위반을 교묘히 피해가려는 대기업의 ‘꼼수’가 애꿎은 근로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오후 1시57분 해운대구 우동 한 아파트 17층에서 교체 중인 승강기를 점검하던 근로자 A(34) 씨와 B(32) 씨가 떨어져 숨졌다. 해운대소방서 측은 오후 2시42분 파손된 리프트 사이에 낀 근로자들을 구조한 뒤 경찰에 인계했다. 경찰과 소방은 A 씨와 B 씨가 승강기 교체 작업을 하던 중 리프트와 함께 아파트 1층까지 추락한 것으로 파악했다.
해운대경찰서는 승강기 메인 로프에 이상이 생겼을 때 작동하는 비상 브레이크와 예비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임시 고리를 부실하게 관리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한다. 이날 근로자들은 17층에 세워둔 승강기와 연결된 고정 끈을 제거한 뒤, 새 끈으로 교체하기 전 측정 작업을 하려고 승강기 위에 올라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고정 끈을 제거한 상황에서 승강기를 지탱하는 건 비상 브레이크와 임시 고리인데, 사고 당시 비상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다 임시 고리마저 벌어져 승강기가 추락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결국 안전장치 관리를 잘못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가리는 게 수사의 관건이 됐지만, 승강기업계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경찰 조사 결과 대기업인 T사, 중소기업인 D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공동 수급 형태로 승강기 교체 공사 계약을 맺었다. 숨진 A 씨와 B 씨는 D사 소속 근로자다.
지역 중소 승강기 설치업체들은 “공동 수급 계약은 하청을 금지하는 현행법을 피하려고 대기업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방식의 계약으로 대기업은 재료만 조달하고, 근로자의 직접 고용이나 사고 책임을 면할 수 있다. 대기업은 계약 때 설치업체가 스스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제해 사고가 나도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6일 동래구의 한 기계식 주차장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하다 추락해 숨진 근로자 역시 사실상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부산의 한 중소 승강기 설치업체 대표는 “대기업이 견적을 낸 뒤 일방적으로 계약이 이뤄지고, 설치를 맡은 중소기업은 인건비만 건진다”며 “대기업이 낀 승강기 계약은 100% 공동 수급”이라고 설명했다.
D사 측도 “우리는 T사의 하청업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D사는 경기 부천시에서 2013년 자본금 2억 원으로 승강기 설치 면허를 취득했다.
이에 경찰은 T사와 D사의 실제 계약 관계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업체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어 섣불리 관계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승륜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