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종 주거지 분류 사업성 부족
- 용도변경 추진과정서 계획 지연
- 낡은 슬레이트 화재 무방비 노출
부산 도심의 낡은 슬레이트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불이 나 주민들이 지낼 곳을 잃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정비사업이 예정된 지역인데, 행정 절차가 늦어져 낡은 주택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화재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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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로 인해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오르는 모습. 독자 제공 |
25일 오전 7시37분 연제구 거제동 한 아파트 인근 가로주택 정비사업구역에서 불이 나 슬레이트 주택 7채를 태우고 3000만 원가량 재산 피해를 낸 뒤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주민 2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1명은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한때 불이 붙은 주택 안에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소방이 긴장했지만, 다행히 모든 주민이 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현장 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화재는 주택 7채를 태워 주민 9명의 보금자리를 앗아갔다. 집을 잃은 9명 중 3명은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생계가 막막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제구는 이에 따라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를 포함해 이번에 화재 피해를 본 주민에게 긴급 주거비와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제구 관계자는 “피해자 가운데 다른 곳에 사는 가족의 집에서 지낼 수 있는 주민도 있지만, 아예 갈 곳이 없는 주민도 있다”며 “일단 긴급하게 적십자에 보호 물자 지급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화재를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의 절차를 간소화하려고 만든 특례법이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화재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2016년 11월 정비사업조합이 연제구의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곳에서 추진 중인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도로변에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곳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라 층수 제한 등으로 사업성이 부족해 용도지역 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 시행계획 수립이 늦어지고 있다. 이곳은 평소에도 낡은 슬레이트 주택이 밀집해 화재 등 사고 위험이 컸던 지역이다.
25일 오전 7시37분 연제구 거제동의 가로주택 정비사업구역에서 불이 나 슬레이트 주택 7채를 태우고 3000만 원가량 재산 피해를 낸 뒤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부산시의회 도시안전위원회 양윤호 자문위원은 “지난해 시행된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은 가로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기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과 비교하면 연계되는 행정 절차가 정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히려 정비사업 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류민하 기자 skycolor@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