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캐슬스카이 APT서 출발
- 과거 동천 낀 일대 창업 발상지
- 검정고무신 유명한 진양고무
- 흥아타이어·대양고무 등 고향
- 現 더샵센트럴, 제일제당 옛터
- 유수 업체 많았던 역사성 불구
- 관련 흔적 부족한 점은 아쉬움
부산 서면 일대의 산업유산 추억길을 찾아간다. 서면은 부산에서 가장 붐비는 상업·유통의 중심지이고, 전포카페거리까지 더해져 젊은 층의 발길이 잦은 곳이지만, 과거 서면교차로 일대가 딸기밭이었을 만큼 부전천과 동천 주변은 논밭 천지였다고 한다. 특히 동천을 낀 일대는 LG화학, 삼성그룹의 출발점이었다. 또 넥센타이어 동명목재 진양고무 대우버스 등 내로라하는 향토기업의 ‘고향’ 역시 서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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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진양사거리 주변. 사진 아래쪽 황금신발 조형물 뒤편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와 부산진구청 일대가 모두 진양고무 공장 부지였다. 김종진 기자 |
산업유산 추억길 대부분은 평지이고, 대중교통의 접근성도 아주 좋다. 대기업들의 창업 발상지라는 역사성을 되새기며 걷는 재미가 있으나, 이와 관련한 조형물이나 안내문 설치 등은 미흡해 그 흔적만 더듬어 보는 게 아쉽다.
■ ‘신발산업 메카’ 뒤안길엔
도시철도 부전역 인근 송상현광장 선큰광장 맞은편의 서면롯데캐슬스카이 아파트에서 출발한다. 이 아파트 105동 옆 삼전교차로와 전포대로 연결 구간에는 ‘서면 근대산업유산 추억길-깜장 고무신 신고 폴짝폴짝’이란 제목으로 안내판과 함께 스토리 지도가 있다. 서면롯데캐슬 자리에 옛 흥아타이어(지금의 넥센타이어)가 있었음을 알려준다. 흥아타이어는 처음에는 자전거용 타이어와 튜브를 만들다가 1956년 국내 최초로 자동차 타이어를 생산했다고 한다. 넥센타이어는 현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롯데캐슬 아파트 맞은편 서면한신아파트는 대양고무가 있던 자리다. 부산 신발 대기업 중 후발 주자였던 대양고무는 1980년대 중반 ‘슈퍼 카미트’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이 업체는 신발산업의 쇠퇴에 따라 1993년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전포동 시대를 접었다.
삼전교차로를 건너 부산시민공원 방향으로 향한다. 철길 굴다리(마루길)와 성지초등, 부산진중으로 가는 방향의 시민공원로를 거쳐 부산진구청을 지나가면 진양사거리와 만난다. ‘진양’이란 이름에서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바로 ‘진양’ 브랜드의 고무신과 운동화를 생산한 진양고무가 있던 자리다. 부산진구청과 고층 아파트 등이 들어선 일대가 모두 진양고무 공장 터다. 진양사거리 쌈지공원에는 높이 2.7m의 황금신발 조형물이 서 있다. 서면 일대가 한국 신발산업의 중심지였음을 알리기 위해 부산진구청이 2015년 3월 이 조형물을 설치했다. 황금신발 조형물 옆 철길 굴다리 등지에는 럭키치약(LG화학) 태화고무 진양고무 등 서면 산업유산을 정리해 보여주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도시철도 부암역 방향으로 걷다가 서면중 쪽 골목으로 꺾어 들어간다. 굴다리를 지나 부산진경찰서 쪽으로 향한다. 서면성당을 지나면 롯데호텔부산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이어 도시철도 서면역. 서면역 3번 출구에는 NH투자증권 건물이 있는데, 이곳에는 서면 최초의 극장인 북성극장이 있었다. 북성극장에 이어 동보극장 태화극장 대한극장 등이 서면교차로를 중심으로 들어서면서 서면은 주말이면 극장 관람객으로 크게 붐볐다. 옛 극장가의 화려한 추억을 간직한 곳 역시 서면이다.
■ 역사 속 잊힌 부산 기업들
도시철도 서면역 6번 출구로 나선다. 전포카페거리로 가는 방면의 동천로와 만나는 교차로에 서면 NC백화점 서면점이 보인다. 경남모직이 있던 자리다. 경남모직은 1960~70년대에 ‘K앙고라텍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K앙고라텍스는 양복과 양장 원단의 대명사가 될 정도였다. 경남모직은 한일합섬 등 한일그룹의 모태가 됐는데, 사업장을 옮긴 뒤 결국 1986년 전포동 시대를 마감한다. 그 자리는 한일레포츠 건물에서 지금의 NC백화점으로 바뀌었다.
부전도서관과 놀이마루를 지나 은행나무길로 접어든다. 이어 경남공고 맞은편 한전 부산울산본부. 전차 서면 종점이 있던 자리다. 동천과 동서고가로 진입 구간이 만나는 지점의 에코가든에는 동천 약어조형물이 서 있다. 동천은 준설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났다. 약어조형물에 보이는 것처럼 동천에서 물고기가 뛰노는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조형물 맞은편은 1360세대의 주상복합건물인 더샵 센트럴스타. 삼성그룹의 모태인 제일제당이 있던 곳이다. 제일제당을 진두지휘한 이는 바로 삼성의 창업주 호암 이병철(1910~1987)이었다. 제일제당은 호암이 일궈낸 첫 제조업체다.
도시철도 범내골역으로 꺾으면 부산상공회의소 건물이 반긴다. 이 건물 1층에는 부산 경제 역사전시관 격인 챔버스퀘어가 있다.
여기서 부산교통공사 방향으로 향하면 중앙대로와 동천이 교차하는 자리에 ABL 빌딩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건물 주변에는 세계 최대 합판 제조기업으로 이름을 떨쳤던 동명목재가 있었다. 하지만 동명목재는 1980년 공중분해 됐고, 챔버스퀘어의 전시물 제목처럼 ‘역사 속 잊힌 부산 기업들’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걷고싶은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공동기획:부산시·국제신문·(사)걷고싶은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