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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1970년대 거제동 조선견직은 ‘실크재벌’…한국 섬유산업 이끌어

거벌리에 꽃핀 향토기업들 ① 연제구의 섬유업체

이야기 공작소- 도란도란 연제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19 19:03:2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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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세운 조일견직이 모태
- 김지태, 제사·견직 수직계열화
- 생사 생산·수출 등 일괄시스템
- 1985년 공장 문 닫고 몰락의 길

- 쌍미실업, 쌍미공업으로 출발
- 각종 섬유제품으로 수출탑 위업
- 일본과 합작 사이판 공장도 운영
- 시대변화 적응 못해 역사 속으로

1960~80년대 부산진구가 부산의 신발·고무산업의 메카였다면 연제구는 영남지역 섬유산업의 메카였다. 드넓은 들판과 들판을 가로지르는 여러 하천이 있는 까닭에 연제구는 공장 입지조건이 더없이 좋았다. 1917년 범일동에 동양 최대 면방직 공장인 조선방직 공장이 설립된 이후 1937년 거제동에는 조선의 풍부한 생사(生絲, 고치에서 뽑아낸 실)를 활용한 인조 견직물 공장 등 다양한 섬유업체가 설립되었다.
   
1970년대 초반 연제구 일대. 이상길 씨 제공
■ ‘실크 재벌’ 조선견직주식회사

1937년 일본인이 인조견사를 생산하던 조일견직(朝日絹織, 아사히견직)이 연제구 거제동 840 일대에 설립되었다. 2만7000평 부지 위에 설립된 조일견직은 당시 조선 최고의 설비를 갖춘 인조 견직물 회사였다. 1940년에 전시 체제가 강화되자 생사를 원료로 한 군수용 피복과 낙하산 천 등을 생산하는 군수 공장으로 가동되었다.

해방 이후 미 군정이 실시되면서 조일견직은 적산으로 분류되어 귀속 업체가 되었다. 1946년 3월에 귀속업체가 된 조일견직의 당시 근로자 수는 300여 명 규모였는데, 김지태가 업체 관리인으로 임명됐다. 김지태는 1908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상고의 전신인 부산상업학교를 나와 이승만 정권 당시 재계 10위 안에 드는 상당한 부호로 ‘부산 갑부’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김지태는 사재 20만 원(현 시가 2억 원)을 투자해 건물을 보수하고 일본에서 직조기를 새로 도입하는 등 시설을 확장하고 회사의 이름도 조선견직(朝 鮮絹織)주식회사로 바꾸었다.

김지태는 운영난으로 빈사지경인 경남 일대의 제사 공장들을 전부 사들여 조선견직에 통합해 제사·견직의 수직 계열화로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창의성을 발휘했다. 밀양의 동양제사, 진해의 고려제사, 진주의 해동제사 등을 사들여 1949년 6월 경남합동제사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훗날 경남합동제사는 한국생사그룹의 모체인 한국생사로 거듭났다.

김지태가 경남합동제사주식회사를 설립한 것은 그가 1946년 9월 범일동에 설립한 대동산업과 연관지을 수 있다. 경남합동제사가 생산하는 생사 대부분은 조일견직의 원료로 사용되었으며 일부는 대동산업을 통해 수출되었기 때문이다. 대동산업은 증가하는 업무량과 수출 사업 활성화를 위해 1949년 12월 22일 본사를 서울 중구 소공동 21로 이전하고 상호를 이화상사(二和商事)주식회사로 바꾸었다.
   
1950년대 중반 부산 연제구
조선견직은 1951년 3월 김지태에게 정식으로 불하됐는데, 관리인으로 임명된 이후 5년 만에 조선견직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데 따른 것이었다. 김지태는 이화상사의 자본금을 증액하고 상호도 한국수출산업으로 변경했다. 이로써 조선견직은 생사 생산에서 완제품의 제조, 유통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생산 시스템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이화상사도 굴지의 생사 무역 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1970년대 그의 기업은 조선견직과 한국생사, 삼화고무라는 3개의 회사를 주축으로 한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고, 특히 한국생사와 조선견직을 양대 축으로 하는 ‘한국생사그룹’은 실크 산업에서 국내 최강자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생산업체가 되었다. 시중의 농담이지만 ‘세계 최대 제사업자는 중국의 모택동이고, 다음이 일본의 가타쿠라제사(片倉製絲), 그리고 제3위가 김지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재계에서 실크 재벌로 통하였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일본이 자국의 생사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수입을 규제하고, 싼 중국산 생사가 국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실크 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1979년 수출 종합상사였던 삼화의 유동성 위기는 한국생사그룹 몰락의 결정타가 되었다. 김지태는 1982년 향년 74세로 사망하였다.
말년까지 자신의 기업 호적과 주력 기업을 부산에 두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했을 만큼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컸지만 사망 이후 부산에서 그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졌다. 1985년 거제동 공장을 매각하는 등 하청 생산 위주로 운영되었고, 1995년에는 중국 이전을 시도하였지만 이마저 실패했다. 부산을 대표한 향토 기업이기도 했던 기업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김지태와 관련하여 지금도 많은 사람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는 것이 하나 있다. 5·16 군사정변 직후 부일장학회 등 그가 국가에 헌납한 재산으로 만들어진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박정희 대통령 집안과의 대립 관계 일화이다. 박정희 정권이 부산 갑부 김지태를 부정축재와 외화 해외유출 혐의로 체포해 군법회의에서 7년형을 선고했고, 이 과정에서 ‘타협책’으로 김지태가 자신의 재산 일부를 쿠데타 세력에게 넘기고 대신 ‘사면’을 받았다는 것이다.

5 ·16 정권 이전까지 부산일보 대표와 삼화고무 사장, 부일장학회 이사장이었던 김지태는 5·16 쿠데타 다음 해 5·16 정권이 출범했던 1962년 5월 25일 본인이 운영했던 부일장학회를 비롯하여 부산일보, 한국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의 운영권 ‘포기각서’를 썼다. 그리하여 부일장학회 땅 10만 평과 부산일보 주식 100%, 한국문화방송(MBC) 주식 100%, 부산문화방송 주식 100% 등 땅을 제외한 모든 재산이 박정희 정권에 넘어갔다. 이를 토대로 그해 7월 14일 5·16 장학회(이후 정수장학회로 변경)가 발족되었다.

■ 굴지의 봉제 수출업체 쌍미실업

   
쌍미섬유에서 작업하는 모습. 출처 = 부산역사문화대전
쌍미실업주식회사는 1960년 6월 8일 이후녕 대표가 연제구 거제3동 577에 직물을 짜는 편직(編織)과 염색 가공을 하는 쌍미공업㈜으로 출발하였다. 1963년 봉제와 무역을 겸업하면서 1965년 와이셔츠 보세 가공업체로 전환하여 1968년 2월에는 스웨터를 처음 수출하기도 하였다. 이후 쌍미섬유로 상호를 변경하였다가 한때 자금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1977년 이를 극복하고 그해 7월 쌍미실업으로 상호를 변경하였다.

1978년 3월에는 국제양모사무국 한국지부로부터 방모(紡毛)로 스웨터를 짜는 직물업체 가운데 우수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 주는 ‘울’ 마크 사용허가를 획득하기도 하였다. 1970년대 후반 셔츠, 블라우스를 비롯한 각종 섬유제품을 생산하여 미주 유럽 일본 등지로 수출하였다. 이후녕 대표는 1979년 11월 수출의 날 표창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1981년 1월 한국봉제공업협회 부회장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1980년대 기성복 시장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 쌍미실업은 여성 의류 기성복 시장에 진출하여 대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쌍미실업은 1983년 5528만 달러의 수출액으로 봉제 수출액 국내 12위에 들어가기도 했다. 1984년 당시 비섬유업종인 전자 분야의 성장률이 두드러지게 늘어나면서 봉제의류 분야의 전문 기능인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이르렀다.

국내 굴지의 봉제 수출 메이커의 하나로 연간 6500만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하던 쌍미실업이었지만 공장 증설에 따른 자금 압박과 경영 악화로 은행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에 설립자 이후녕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이종석을 사장에 임명하여 난관을 타개하고자 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섬유 봉제공장의 현장 인력난이 극심하여 필요 인원의 75% 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해 밀려드는 수출 오더를 사양하는 사태에 이르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원화 절상과 인건비 상승으로 큰 어려움을 겪던 시기여서 저가품 생산공장을 인건비가 비교적 싼 해외로 돌리기 위해 1987년 3월 일본과 합작으로 사이판 해외 현지 공장을 설립을 계획하여 1988년 5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1991년 베트남 진출을 위한 현지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으나 1992년 당시 그동안 부산지역 수출의 일익을 담당하던 신발업계가 불황을 견디지 못해 휴·폐업이 늘어가는 과정에 부산지역 대표적 중소 섬유의류업계였던 쌍미실업도 1992년 9월 28일 최종 부도를 맞아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

※ 공동기획: 부산연제구·국제신문·(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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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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