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곡교~전하교 인공하천 길 8㎞
- 과거 철기류 실어나르던 항구터
- 건천이던 이곳 2005년 물 공급
- 물고기·철새 노니는 생태하천 돼
- 구지봉·수로왕릉 등 유적지 즐비
- 연지교 밑 주말 푸드트럭도 성업
해반천(海畔川)은 인구 20만 명에 달하는 김해 북부동과 내외동을 품에 안고 바다로 흘러간다. 회색의 도시숲에 샘물처럼 솟아나는 ‘허파’와도 같은 존재다.
김해지리 등 고문헌에 따르면 이 지명은 금관가야 시대부터 등장한다. 이 지역은 당시 하이테크 생산품인 철기류를 실어나르기 위해 외국배가 북적대던 항구였다. 강물에서 2000년 전 가야의 숨결이 넘실거리는 듯하다.
해반천은 삼계정수장 부근에서 시작해 화목1교를 지나 조만강에 닿을 때까지 12.3㎞를 흐른다. 폭이 10~50m로 편차가 크다. 해반천 둘레길은 두곡교~전하교 8㎞를 정비해 만들었다. 천천히 걸으면 편도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길을 걸으며 때 묻지 않은 동식물과 조우하는 것은 행운이다. ‘꽥꽥’거리는 청둥오리를 볼 수 있고 큰 키로 창공을 휘젓는 갈대 군락의 연주도 감상할 수 있다. 수로왕 탄강설화가 서린 구지봉을 비롯해 수로왕비릉, 대성동고분군, 수로왕릉을 차례로 지나가면 가야의 향기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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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관가야 역사를 담고 흐르는 해반천을 감싼 둘레길을 김해시 조은주 문화해설사가 걷고 있다. 박동필 기자 |
■‘영남의 청계천’ 해반천…생명 담다
해반천 초입은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북부동 삼계정수장 인근의 두곡교에서 시작된다. 나무 계단을 따라 강으로 내려서면 비로소 둘레길을 걷는 여정에 들어선다. 다소 쌀쌀한 기운 속에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는 수풀을 헤치고 나온 시냇물이 진군나팔을 분다. 약동하는 봄의 기운이 탐방객의 코끝에 머문다.
해반천은 여느 하천과 다르다. 이곳은 원래 비가 오지 않으면 말라 버리는 건천(乾川)이 된다. 2005년 시는 해반천 하류에서 미나리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요청에 따라 상류의 삼계정수장에서 1차 정수 처리한 하천 유지수를 하루에 5000t씩 흘러 보낸다. 정수장 물은 낙동강에서 퍼온 원수다. 무미 건조한 건천이 혈관에 피가 도는 듯 생태 하천으로 옷을 갈아입는 순간이었다. 인공 하천이라는 점에서 한강물을 끌어와 조성한 서울의 청계천과 많이 닮았다.
하천에 물이 흐르면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물새를 불러모아 생명이 잉태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해반교를 지나가며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고향으로 가지 못한 철새인 청둥오리, 기러기류가 사람과 불과 7, 8m 떨어진 거리에서 유유히 물고기 사냥을 즐기고 있었다. 제일에만 열중할 뿐 사람을 겁내지 않았다. 사람이 더는 천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철새들도 알게 된 걸까.
■열녀비 가득한 화정공원
해반교를 지나자 하천 옆에 자리한 화정글샘도서관이 나온다. 도서관 뒤쪽에 분홍물을 한껏 들인 진달래 화단을 돌아가니 오래된 유적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가가자 가야시대 고분, 효자 및 열녀비석들이 차례로 고개를 든다. 화정공원이다. 동행한 김해시 조은주 문화해설사는 “이곳은 김해에서 살아 있는 역사 유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라며 “2세들의 산 교육장과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황토빛이 선명한 고분군은 6, 7세기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가야가 신라에 투항한 때다. 어깨에 석화(石花)를 두른 조선시대 열녀비들을 통해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공원을 빠져나와 다시 둘레길로 접어들었다. 해반천 좌우 도로는 장대처럼 높은 빌딩과 ‘빵빵’소리를 내며 질주하는 자동차로 가득했다.
회색빛 도심 속에서 해반천 내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보인다. 수초들은 봄바람에 몸을 뒤흔들고, 철새들은 연신 자맥질하기에 바쁘다. 손을 꼭 잡고 걷고 있는 노부부의 미소에는 치유의 시간만이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해반천을 찾은 모든 이에게 시간이 정지된 듯 보였다.
■풍물거리와 청춘푸드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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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밤이면 김해청춘푸드트럭존이 열려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연지교 아래 친수공간. |
조금 더 걸으면 김해시의 대표 휴식공간인 연지공원이 보이는 연지교에 도착한다. 교량 아래는 주말 밤이면 핫플레이스로 변한다. 지난해 말 문을 연 김해청춘푸드트럭촌 덕분이다. 연지교 바로 아래 위치한 김해청춘푸드트럭존은 청년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매주 토·일요일 저녁에 문을 연다. 라이스페이퍼 만두(짜조), 닭강정, 뉴욕식 소시지, 닭꼬치, 닭날개 볶음밥, 버터새우, 갈릭 찹스테이크 등 입맛을 자극하는 점포 10곳이 성업 중이다.
김해푸드트럭협회 윤민형(32) 총무는 “이곳은 청년들의 에너지와 노력으로 최고의 맛을 선보이며 김해의 명소로 가꿔가고 있다”며 “통기타, 노래자랑, 마술쇼 등 공연도 볼만해 연인에게 데이트 장소로 적극 추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둘레길은 가야의 냄새가 물씬 나는 유적지들과 나란히 달린다. 구지봉과 국립김해박물관, 김수로왕릉에 이어 마지막 코스인 전하교에 이르면 최근 성황리를 이루는 봉리단길과 연결된다. 식당, 커피숍이 들어서면서 낡은 도심이 문화의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해가는 곳이다. 박동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