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명 중 1명 극단적 선택 시도
- 부울경 674명 … 전체 9.4%
- 특조위, 전국 순회 설명회 진행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피해자 중 66%가 만성적 울분 상태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피해자 비율도 11%나 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피해자 실태 조사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17일 밝혔다. 특조위의 의뢰를 받은 한국역학회는 지난해 10월 2일~12월 20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판정받은 4127가구(5253명) 중 무작위로 추출한 100가구를 방문해 신체·정신·사회경제·심리적 피해를 심층 조사했다. 조사 결과 성인 피해자의 66%가 만성적 울분 상태를 보였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중증도 이상의 심각한 울분을 호소했다. ‘중증도 이상의 울분’은 일반인보다 2.27배 높은 수준이다. 살균제 노출 이후 새로 생긴 성인 피해자의 정신 건강 문제는 우울·의욕저하(57.5%), 죄책감·자책(55.1%), 불안·긴장(54.3%) 순이었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실제 시도한 비율이 각각 27.6%, 11%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인구보다 1.5배, 4.5배씩 높은 수준이다.
또 ‘10명 이상의 이웃과 인사하고 지낸다’에 대한 응답률이 일반 국민보다 1.4배 모자라는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도 확인됐다. 피해자들의 사회적 연결망 밀도는 0.3으로 일반 국민 0.5보다 훨씬 낮았다. 피해자들이 소수의 가까운 사람에게 의지하는 정도가 일반 국민보다 높다는 뜻이다.
이에 특조위는 피해자와 유족을 대상으로 전국 순회 설명회를 진행한다. 지난 15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 울산 경남 권역 설명회를 시작으로 상반기 중 대구, 광주 등지 전국 6개 지역에서 설명회가 이어진다. 부울경 설명회에서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등 부처 관계자 및 전문가와의 질의응답과 법률상담 등이 이뤄졌다. 부울경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674명으로, 전체(6315명)의 9.4%에 달한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가습기 메이트’ 판매사 애경산업의 고광현(62) 전 대표를 증거인멸 교사, 증거은닉 교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양모(56) 전 애경산업 전무는 증거인멸, 증거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와 이메일 등을 숨기고 폐기한 혐의를 받는다.
류민하 기자 skycolor@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