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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울퉁불퉁·가로수 불쑥…휠체어, 차도로 내모는 보행로

장애인 모자 참변 영도지역 등 부산 영구임대주택 인근 인도

  • 황윤정 배지열 기자
  •  |   입력 : 2019-02-27 19:49:41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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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설물에 휠체어 진입 힘들고
- 치솟은 보도블록은 정비 안 돼
- 열악한 보행환경에 사고 무방비

- 오 시장, 입원 아들 찾아가 성금

부산지역 영구임대주택 주변의 장애인 보행 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6일 영도구 영구임대주택 인근 도로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택시에 치여 숨지거나 크게 다친 장애인 모자 사고(국제신문 27일 자 9면 보도)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구조였다. 영구임대주택은 저소득 장애인이 밀집한 곳이지만, 주변 인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장애인을 차로로 내몰고 있다.
   
장애인 모자가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크게 다친 부산 영도구 한 영구임대주택 인근 보도에서 27일 한 장애인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위를 힘들게 이동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2@kookje.co.kr
27일 국제신문 취재팀이 장애인 모자가 변을 당한 영도구 동삼동 한 복지관 옆 인도를 살펴보니 보도블록이 일부 내려앉거나 솟아올라 울퉁불퉁했다. 인도에는 횡단보도가 연결돼 있었지만, 턱을 깎아 놓지 않은 곳도 눈에 들어왔다.

이들 모자가 거주하는 영구임대주택의 주변 보행로 사정은 더 열악했다. 보행로 한복판에 가로수나 벤치 등 시설물이 불쑥 튀어나와 휠체어로는 통과할 수 없는 구간이 많았다. 밤에 가로등 불빛에만 의지해야 하는데, 전동휠체어를 몰다가 자칫 넘어질 위험도 컸다. 영도구 장애인협의회 관계자는 “이곳은 급경사와 내리막이 많고 도로 폭이 좁아 휠체어가 인도를 이용할 수 없는 사례가 잦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장애인 인구가 1만8258명(지난달 기준)으로 가장 많은 부산진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개금3동 영구임대주택 주변 인도는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한 건 기본이고, 가로수나 공중전화 부스 탓에 갑자기 폭이 70~80㎝로 좁아지기 일쑤였다. 휠체어가 통과할 수 있는 최소 폭은 90㎝다. 인도 위에 버스 정류장과 벤치가 있으면 차로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 보행 편의를 위해 깔아놓은 점자블록이 유명무실한 곳도 있다. 금정구 부곡동 영구임대주택 주변 인도는 점자블록이 있지만, 가로수가 심겨 폭이 급격히 좁아지는 곳이 많았다. 일부 구간은 비장애인이 통과하기도 불편할 정도로 좁았다.

부산의 장애인은 공공주거 의존율이 높은 편이다. 부산의 영구임대주택단지는 모두 20곳이다. 부산복지개발원 김두례 선임연구위원은 “장애인 가구는 비장애인보다 장기 공공임대주택 거주 비율이 높다. 임대주택에 사는 장애인 중 영구임대주택 거주 비율이 92.9%를 차지한다”며 “경제활동을 못 하는 중증장애인이나 기초생활보장수급 장애인은 보증금과 월세가 싼 영구임대주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도·도로 정비는 사정이 열악한 영구임대주택보다는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부산시가 올해 상반기 보도블록과 도로 시설물 정비에 쓰는 예산은 모두 15억7000만 원이다. 사상구에 가장 많은 3억 원이 배정됐다. 반면 장애인 인구수 1위인 부산진구는 0원, 1급 장애인 수가 가장 많은 북구는 1억 원만 받는다. 시 관계자는 “사상구에 축제가 많아 인도를 정비하려고 많은 예산을 책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영도구에서 이미 10년 전 전동휠체어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조례 제정이 논의됐다가 무산된 사실도 확인됐다. 그때 조금 더 신경 썼더라면 장애인 모자의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오거돈 부산시장은 27일 사고로 크게 다친 아들 손모(44) 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 성금을 전달하고 위로했다. 오 시장은 또 이날 “장애인이 자주 오가는 곳의 보도블록 등을 다시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빠르게 조처하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부산경찰청은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투광기 설치와 가로수 정리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동휠체어 사용자에게 반사지와 야광 조끼도 배부하기로 했다. 황윤정 배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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