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산시에 미세먼지 특별법에 따른 비상저감조치가 처음으로 시행된다. 첫선을 보일 이번 조치는 미세먼지 발생 주범으로 꼽히는 선박 등이 제외되고, 관련 조례와 단속 규정도 아직 없어 ‘반쪽’에 그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는 “21일 오후 4시까지 하루 동안 미세먼지 평균 수치를 확인한 결과 61㎍/㎥로 나타났고, 22일에도 5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22일 자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다”고 21일 밝혔다. 비상저감조치는 오전 6시부터 밤 9시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시는 21일 오후 5시에 긴급재난문자와 SNS를 통해 22일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다는 사실을 공지하고, 시내 교통 전광판과 버스정류장 등 550개소 전광판에도 같은 내용을 알렸다.

비상저감조치 발령 기준은 초미세먼지농도가 ▷당일 0∼16시 평균 50㎍/㎥ 초과+다음날 24시간 평균 50㎍/㎥ 초과 예상 ▷당일 주의보(75㎍/㎥ 이상 2시간)+다음날 24시간 평균 50㎍/㎥ 초과 예상 ▷다음날 24시간 평균 75㎍/㎥ 초과 예상 등 고농도의 초미세먼지 수치가 예상될 때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부산 내 20개소에서 측정해 분석한 결과를 통보하고, 비상저감조치 요건이 충족되면 시장이 발령할 수 있다. 지난 15일부터 시행된 ‘미세먼지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포함된 내용으로, 당시 시는 전년도 사례에 비춰 연간 8~10회 정도 발령될 것으로 내다봤다. 21일 부산 내 공장 밀집 지역인 서부권역(북구·강서구·사상구·사하구)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데 이어 부산 전역이 미세먼지 줄이기에 나서는 셈이다.

고농도의 미세먼지 발생으로 인한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공공·행정기관 직원 차량 2부제와 공용차량 감축 운행이 시행된다. 공사장과 대기 배출이 잦은 사업장에는 공사 시간 변경 및 가동률조정 등의 조처가 내려진다. 운영 중인 도로의 경우 먼지 제거 차량을 포함해 터널청소차와 구·군 가로수 급수차까지 동원해 도로 내 재비산먼지를 제거한다. 민간 공사장의 경우 비상저감조치에 포함된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 100만 원이 부과된다. 부산 전역에 걸쳐 315개 공사장이 미세먼지 저감조치 관련 특별 관리 대상이다. 공사장이 위치한 각 구에서 자체적으로 단속이 이뤄지고, 필요하면 구와 시의 합동 단속도 진행될 계획이다.

반면 노후 경유차 및 일반 차량 관련 단속 규정은 없다. 부산시에 관련 조례가 만들어지지 않아 공용차량 2부제와 감축 운행 미시행에 대한 뚜렷한 처벌 근거도 없다. 시 미세먼지 대응팀 관계자는 “개인 차량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미세먼지 줄이기에 시민들의 자율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박과 건설 등 지역 주력 산업이 비상저감조치 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특별법의 아쉬운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선박·항만 관련 작업 중 발생하는 매연과 미세먼지를 제재하려면 항만 관련 특별법이 필요하다. 건설업의 경우도 공사가 마무리단계에 이른 경우 저감조치 적용을 받지 않아 전반적인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는 미세먼지 저감조치와 관련한 부산의 조례 제정을 구상 중이다. 특히 비상저감조치에 따라 차량 2부제나 배출가스 등급제를 시행하고 위반 차량 단속·적발하려면 조례에 기반해야 한다. 시는 미세먼지 대책 관련 공청회나 대토론회 등을 거쳐 시민들에게 조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홍보해 ‘시민참여형 조례’를 만들 계획이다. 시 김미향 기후정책과장은 “아직 시스템이 덜 갖춰진 상태에서 조례만 앞서나가는 건 의미가 없다. 시행과 동시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조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