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한 특급호텔 수영장의 유아 풀장에서 초등학생이 물에 잠겨 의식불명에 빠진 사고(국제신문 지난 19일 자 8면 보도)와 관련해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20일 사고가 난 해운대그랜드호텔을 1시간가량 압수수색해 수영장 운영 등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수영장 안전사고와 관련해 20일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을 압수수색한 경찰이 확보한 자료를 담은 상자를 옮기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경찰은 호텔 측의 업무상 과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영장 직원의 근무 시간과 계획, 평소 안전 관리 현황이 담긴 서류 등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미 수영장 안전요원 3명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으며, 조만간 추가로 호텔 관계자를 소환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의혹에 관해 캐물을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혐의가 있는지 들여다보는 단계”라며 “사고 발생 직후 수영장 내 CCTV 등 영상물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이번에 압수한 추가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호텔 측 부주의와 과실의 혐의가 확인되면 관련자들을 입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수영장 안전요원 중 1명이 본연의 업무를 하지 않고, 사고 당시 감시탑에서 근무하지도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경찰은 “안전요원 2명 중 1명이 법 규정을 어기고 강습 업무를 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또 사고가 났을 때 상시 근무해야 할 감시탑 대신 구름다리에 있었다”며 “호텔 측이 관련 법과 지침, 사회 통념 등을 위반했는지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사고 원인이 된 철제 사다리가 시설 기준에 맞게 설치됐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오후 5시20분께 이 호텔 6층 수영장에 있는 수심 60㎝ 유아 풀장에서 A(13) 군이 물속 철제 사다리에 팔이 낀 채 의식을 잃고 발견됐다. 미국인 이용객이 A 군을 발견해 구조를 요청했고, 호텔 소속 인명구조요원이 심폐소생술을 한 뒤 119 구급대에 신고했다. A 군은 해운대백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한편 해운대그랜드호텔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호텔들도 비상이 걸렸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부산에서 수영장을 운용하는 호텔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저마다 수영장을 포함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시설을 긴급 점검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