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바뀐 정부 기대했건만…”
- 3·1절 특사 실낱 희망 걸기도
대법원이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민 10명의 유죄를 확정(국제신문 지난 19일 자 11면 보도)하자 부북면 같은 송전탑 건립 지역의 주민들이 허탈감에 빠졌다. 누대로 이 지역에 살아온 주민을 피해자로 만든 것도 모자라 범법자 낙인마저 찍었다며 정부와 한국전력을 원망하는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19일 부북면 등 지역 주민들은 “혹시 무죄가 나오지 않을까 많이 기대했는데 역시나였다”며 비통해했다. 지난 18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주민 윤모(80) 씨 등 10명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월~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윤 씨 등은 2012년부터 다음해에 이르기까지 송전탑 건설을 온몸으로 저지하는 과정에서 중장비에 몸을 묶거나 공사 현장에 진입하려는 의경들에게 인분을 뿌리는 등 공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밀양765㎸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박은숙 주민대표는 “그동안 마을 주민이 삶의 터전을 지키려고 한전과 싸우면서 생긴 생채기가 컸다”며 “이번 판결을 앞두고 과거와는 달리 정권도 바뀌어 내심 기대를 했지만 결국 주민만 피해자로 남게 됐다”며 허탈해 했다.
박 대표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에 우리 마을의 고통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며 “마을 주민들에게 덧씌워진 고통을 어떻게 치유해 나갈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밀양시 부북면 대책위 대표를 맡았던 이남우 씨는 “주민의 재산 가치는 몰락해버렸고 매일 전자파 위험 속에 송전탑과 고압선로 밑으로 기어다닌다”면서 “정부와 한전을 원망하며 죽음 속에서 살아가는 것만 같다”고 한탄했다.
이 씨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이 당시 공사를 저지했던 주민의 인권을 침해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한다고 해 치료·입원 확인서를 1주일 전에 보냈다고 전했다.
비록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지만, 주민들은 내심 정부가 추진 중인 3·1절 특별 사면에 주민과 대책위 관계자가 포함될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다.
한전은 2008년 8월 착공 이후 공사 중단과 재개를 11차례 반복하다가 2013년 10월 공사를 재개, 2014년 9월 밀양시 단장면 사연리 99번 송전탑을 마지막으로 밀양 부북·상동·단장·산외면에 송전탑 52기를 세우는 공사를 끝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