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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를 생태 자산으로 <6> 홍콩 마이포 습지를 가다

한국서 2000㎞ 날아온 천연기념물 저어새의 월동천국

  •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   입력 : 2019-02-07 19:31:32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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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9㎢ 람사르 등록 … 개발 막아
- 사람·자연 공존 손꼽히는 롤모델
- 탐방객 입출입도 엄격한 통제
- 맹그로브숲·갈대밭 등 파노라마

- 전통 새우양식장 ‘게이와이’ 매입
- 가을·겨울 철새 중요한 먹이 확보
- 매년 1월 4만 ~ 9만 마리 찾아와

홍콩 하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강력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층 빌딩 숲과 화려한 야경, 쇼핑 천국이다. 이처럼 전 세계 도시 중에서도 가장 도시다운 홍콩에 하구 습지가 온전한 모습으로 보전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습지 전문가들은 홍콩 마이포 습지의 모습에서 부산 낙동강 하구 습지가 나아갈 길을 엿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순천시 관계자도 마이포 습지가 순천만의 롤모델이라고 꼽았을 정도다. 마이포 습지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엄격한 통제로 지킨 저어새의 천국

   
홍콩 마이포 습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저어새 무리. WWF홍콩 제공
지난달 15일 홍콩 북서쪽 마이포 습지를 찾았다. 중국 3대 하천인 주강(珠江) 하구 동쪽 연안에 있는 이곳은 입구에서부터 텃새가 지저귀는 소리로 귀가 즐거웠다. 이곳을 관리하는 세계자연기금(WWF)홍콩 사무실 내 회의실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입장 허가를 받기 위해 여권을 제출했다. 마이포 습지는 생태 보호를 위해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허가 없이 금지 구역으로 들어갔다간 최대 5만 홍콩달러(한화 약 714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입구에서 저어새 캐릭터가 현재 위치를 알려줬다. 낙동강 하구의 큰고니, 순천만의 흑두루미처럼 마이포 습지를 대표하는 조류는 저어새다. 주걱 모양의 넓적한 부리로 유명한 저어새는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 제205-1호,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3000여 마리만 서식하는 희귀종인데, 주로 한반도 서해안에서 번식하고, 홍콩이나 대만에서 겨울을 난다. 마이포 습지는 겨울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저어새가 발견되는 지역 중 하나다. 저어새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 오세아니아 철새 이동길의 중간 지점에 있어 매년 1월에만 4만~9만 마리의 물새가 이곳을 찾는다.

오솔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니 탐조대로 향하는 허름한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로 된 탐조대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넓은 습지에 저어새 떼가 노닐고 있었다. 고개를 어깻죽지에 파묻고 휴식을 취하거나 주걱 같은 부리로 물을 휘휘 저으며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쌍안경으로 저어새를 자세히 관찰하니 일부 새 다리에 철새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주황색 표시가 감겨 있었다. 한국에서 2000㎞ 거리를 날아왔다는 의미였다.

탐조대를 나와 더욱 안쪽으로 들어갔다. WWF홍콩 소속 피온 청(Fion Cheung) 매니저가 습지 건너 나무를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수십 마리의 가마우지가 쉬고 있었다. 앙상한 나무에 마치 검은 가마우지 열매가 열린 듯한 모습이었다. 맹그로브숲에서는 열대우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맹그로브 열매는 볼펜 모양으로 길쭉하게 생겼는데, 밀물과 썰물 사이에 땅에 박혀 씨앗이 쓸려가지 않게 진화한 것이다.

시시각각 풍경이 바뀌었다. 덱 왼쪽 기수 복원 지역에는 연꽃이 피었고, 오른쪽에는 작지만 예쁘게 조성된 갈대밭도 있었다. 왜가리와 쇠백로도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습지 밑거름이 된 새우 양식장

   
마이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습지가 된 데는 전통 새우 양식장인 ‘게이와이(Gei Wai)’가 큰 역할을 했다. 원래 이곳은 맹그로브숲과 홍미가 자라던 논이 있었다. 그러다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때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피란민이 이곳에 조수 간만의 차를 활용한 새우 양식장을 만들었다. 게이와이에서는 봄철 양식장에 물을 채워 새우를 키우고 여름이 되면 수문에 그물을 설치한 후 물을 빼내 새우를 수확한다. 물이 빠져 수면이 낮아진 양식장의 남은 새우는 가을·겨울 철새의 중요한 먹이가 됐다.

다른 도시 습지처럼 마이포 습지도 한때 개발 압력에 시달렸다. 1980년을 전후해 홍콩의 중국 반환이 결정되면서 중국과의 경계에 있던 틴수이와이(天水圍)에 개발 열풍이 불어 닥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민물고기 가격이 상승하자 이곳 어민도 게이와이를 민물고기 양식장으로 바꾸기 시작했고, 이는 철새 서식환경 악화로 이어졌다.

바로 이때 등장한 기관이 WWF홍콩이다. 1984년부터 마이포 습지 관리를 맡은 WWF홍콩은 게이와이를 직접 사들이기 시작했다. 피온 매니저는 “21개의 게이와이가 있었는데, WWF홍콩이 모금한 돈으로 매년 1,2개를 사들였다. 다행히 어민들이 연로해 어업을 계속 고수하지는 않았다”며 “어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게이와이 1개에 약 80만 홍콩달러를 지급했다. 그 돈이면 당시에도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에서도 집을 두어 채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은 람사르 등록과 다양한 생태 환경 보전으로 이어졌다. 1995년 람사르는 마이포 습지 약 14.9㎢ 일대를 람사르 습지로 인증했고, 이에 중국 정부는 이 일대를 습지보호구역과 습지완충지역으로 지정해 건축행위를 금지했다. 그러자 1979년 1만2830마리에 불과하던 1월 물새 수는 2015년 5만5871마리로 늘어났다. 매년 400종이 넘는 조류를 비롯해 20종의 포유류, 28종의 양서파충류가 발견된다.

피온 매니저는 “숲은 가만히 두면 제 모습을 찾아가지만 갯벌이나 습지는 다르다.신경써서 관리를 해야 지킬 수 있다”며 “낙동강 하구 습지도 람사르를 통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콩=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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