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단·영화의전당 등 대상

- 내달 초 경영혁신단 출범 예정
- 사업·기능·재무 경영전반 관여
- 기관장·대표 운영 위축 불보듯
- 위탁사업 수행 인력 부족한데
- 전담조직 따로 꾸리기엔 부담

# 기관 내부·문화계 비판 고조

- 市·경영혁신 담당부서·추진단장
- 중복 감사·행정력 낭비 가능성
- “민선 7기, 예산 대폭 삭감 이어
- 독립성 보장과 동떨어진 행보”

부산시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개선 등을 이유로 기관 내 경영혁신추진단(TF)을 설치·운영하기로 하면서 지역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 사이에서 자율성 침해 우려가 나온다. 기관들은 추진단이 사업, 기능, 재무 분야 등 경영 전반에 관여하면서 기관장의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가 공공기관 내에 경영혁신추진단 설치계획을 공개하자 문화예술 기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다음 달 시 파견 공무원을 주축으로 추진단을 신설하는 재단법인 영화의전당 전경. 국제신문 DB

특히 부산시 내부에 이미 각 기관 담당 부서가 있는 상황에서 재정혁신 담당 부서가 경영혁신을 명목으로 개입하고 각 기관 내에 공무원이 주도하는 추진단까지 설치하면 시 행정조직이 삼중으로 관여하게 돼 행정력 낭비가 예상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8일 부산시가 산하 공공기관에 배포한 ‘출연 기관 경영혁신추진단 설치 운영 방안’에 따르면 추진단은 기관별 기획(행정·경영·조정) 실장 직속으로 단장(시 파견 공무원) 1명과 직원 2, 3명으로 구성한다.

주요 역할은 ▷민선 7기 신임 기관장 정책 결정 보좌 및 조정 ▷강도 높은 경영혁신 및 제도개혁으로 조직 쇄신 추진 ▷혁신정책 추진 상황 관리 및 점검으로 조직의 정책 실행력 향상 ▷외부감사 지적 사항 개선 이행 상황 점검 등이다.

이에 따라 부산문화재단의 경우 다음 달 정기 인사 때 기획경영실 직속으로 ‘경영혁신추진단’을 신설·운영한다. 재단 측은 부산시가 파견한 이유리 기획경영실장(5급)이 단장을 맡고 재단 직원 2, 3명을 단원으로 한 추진단을 꾸려 조직 내 혁신을 전담한다는 방침이다. 이 실장은 “그동안 조직 내에서 혁신을 하고 싶어도 인력 부족과 업무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별도의 전담 조직을 만들어 본부, 팀별로 의견을 수렴하고 재단 대표를 중심으로 경영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탁사업을 수행할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혁신을 전담하는 조직을 따로 꾸리는 데 대해선 재단 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또 시에서 파견한 경영혁신추진단장에 혁신정책 관련 사무, 예산, 감사 전반에 대한 결재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재단 대표의 경영권과 운영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반응도 있다.

영화의전당도 다음 달 시에서 파견 예정인 공무원 1명과 직원 2, 3명으로 경영혁신추진단을 설치한다. 아직 구체적인 역할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추진단과 영화의전당 경영기획팀 업무가 상당 부분 중복될 것으로 보여 직원들 사이에서 ‘옥상옥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영화의전당 측은 시의 이번 결정이 일종의 통제가 될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영화의전당은 매년 경영평가 보고와 함께 2년마다 정기 감사를 받는다. 또 특정 문제가 불거질 경우 수시 감사도 받고 있다.

영화의전당 관계자는 “기존 감사 체계도 있는데 추가 감사까지 한다면 독립성과 자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방만 경영 해소를 이유로 기관마다 상시 TF까지 설치하는 것은 직원들의 업무 수행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토로했다.

부산문화회관은 다음 달 초 신인숙 경영기획본부장이 단장을 맡고 각 팀장이 참여하는 경영혁신추진단을 꾸릴 예정이다. 필요에 따라 외부 전문가도 영입할 방침이다. 추진단은 출범 만 2년을 갓 넘긴 부산문화회관의 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조직 내부를 진단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수년 내에 대형 뮤지컬 전용 극장, 부산국제아트센터, 부산오페라하우스가 개관하는 것에 대비해 변화하는 부산 공연장 문화지형을 파악하고, 공공 공연시설로서 부산문화회관의 역할을 고민한다.

다음 달부터 시 출연기관 내 경영혁신추진단을 설치해 본격적으로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 문화계 인사는 “앞선 예산 삭감에 이어 민선 7기가 강조한 문화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문화정책을 만들고 예술인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공공기관 직원들이 앞으로 몸을 사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임수 시 재정혁신담당관은 “경영혁신추진단 설치는 출자·출연기관의 업무가 중복되고 재정건전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된 데 따른 기관들의 행정 효율성 강화가 핵심”이라며 “기존 감사나 소관 부서의 지도·감독과 달리 공공 기관을 개선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써 경영진단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홍주 안세희 김민정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