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 전면 공원화 요구 불가입장
- 비대위 “주민 바람 반영 안돼”
- 공단 “협약 백지화하라니 당혹”
- 양측 입장 차 못 좁힌 채 파행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부산 동해남부선 옛 해운대역사 정거장 부지의 상업개발(국제신문 지난해 11월 15일 자 1면 등 보도) 밑그림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그동안 상업개발에 반대하며 정거장 부지의 공원화를 요구해온 지역 정치권과 주민은 크게 반발해 양측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 25일 홍순헌 해운대구청장 주재로 열린 ‘옛 해운대역사 정거장 부지 공원화 관련 고위자 정례회의’에서 정거장 부지에 지하 1층~지상 13층, 전체면적 2만9480㎡ 규모의 상업건물을 짓겠다고 밝혔다. 계획상 건물에는 관광·숙박·판매 시설과 지하 주차장이 들어선다. 철도시설공단은 이 건물과 함께 정거장 부지 9120㎡ 공간에 녹지·광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철도시설공단은 주민의 정거장 부지 공원화 요구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불가’ 입장을 전했다. 공원화를 위해 부산시와 공단이 맺은 개발사업 협약을 해지하면 기대 이익 손실로 민형사상 책임이 발생한다는 게 그 이유다. 철도시설공단은 또 정거장 부지를 시나 해운대구에 무상으로 주는 것도 국유재산법 등 관련 법령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지역 국회의원과 주민은 곧장 강하게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해운대갑) 의원은 “공원화 이야기를 해야지 기존 계획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주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자리를 박차고 떠나버렸다. 하 의원 측은 철도시설공단이 이날 회의에 주민 요구가 반영된 진전된 안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런 바람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임순연 주민 비상대책위원장도 “철도시설공단이 상업개발 계획을 고수해 당황스럽고 실망스럽다”며 “건물을 세우고 남은 자투리에 녹지·광장을 마련하는 게 주민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냐. 아파트 산책로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엄연주 비대위 간사는 “해운대에 호텔이 포화 상태인데, 또 숙박 시설을 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국가 땅에서 그런 사업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철도시설공단 신철수 자산운영단장은 “주민이 시와 공단 간 협약을 백지화하고 정거장 부지를 전면 공원화하자고 주장하니까 당혹스럽다”고 맞섰다. 김영하 시설본부장도 “우리 빚이 20조다. 공공기관으로서 부채를 갚아 국민 부담을 줄일 책임이 있다”며 “전면 공원화 주장은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기대를 모았던 이날 회의는 결국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끝났다. 주민들은 “소통 노력 없이 진행되는 회의는 양측의 갈등만 공회전하는 ‘행정 쇼’에 불과하다”며 ‘보여주기식 회의’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