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당 많게는 1억 원 넘게 건네
- 전국서 “돈 안 돌려준다” 신고
- 경찰, 잠적 브로커에 출국금지

“한 골프 회원권 임대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가 전국에서 빗발친다. 경찰은 이 브로커의 출국을 금지하고 체포영장 발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브로커는 이미 잠적해버려 피해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 동래구 주민 A 씨는 2017년 9월 “골프장 회원권을 싸게 주선해주겠다”는 브로커 B(여·68) 씨와 계약을 맺었다. B 씨는 “9500만 원을 보증금으로 내면 부산 경남의 명품 골프장에서 한 달에 12번씩 공을 칠 수 있게 해주겠다. 4750만 원을 내면 6번 칠 수 있다”며 A 씨를 유혹했다.

일반적으로 골프장 정회원은 지정회원 1명을 선택할 수 있다. B 씨는 이 지정회원의 임대를 알선해 수익을 올리는 브로커였다. 지정회원이 되면 캐디 피를 제외한 카트 사용료 등이 면제된다. B 씨는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은 돌려주겠다”고도 했다. B 씨에게 중개료 등을 포함해 모두 5700만 원을 건넨 A 씨는 1년가량 골프를 즐기다가 지난해 9월 건강 문제로 운동을 그만두려 했다. 그러자 “곧 보증금을 돌려주겠다”던 B 씨는 연락이 끊겼다. A 씨의 지인 3명도 각각 1100만, 5600만, 5700만 원의 보증금을 떼였다. 이들은 25일 동래경찰서에 A 씨를 고소할 예정이다.

피해자는 더 있다. 해운대구 주민 C 씨와 D 씨는 각각 해운대경찰서와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B 씨를 고소했다. C 씨는 2017년 5월 보증금 8300만 원을 건넸다가 약 1년 뒤인 지난해 6월 “임대료가 올랐다”는 B 씨의 말에 추가로 2000만 원을 냈다. D 씨는 2017년 7월 9000만 원을 주고 임대한 회원권을 다른 골프장 회원권으로 바꾸기 위해 500만 원을 더 전달했다.

피해자와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 외에도 B 씨에게 당한 피해자의 신고는 경기 양평경찰서, 강원 고성경찰서, 부산 중부경찰서 등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수면 위로 드러난 피해자만 20여 명이며, 피해 금액은 추산하기도 어렵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브로커 B 씨는 평소 “경기 양평군에 집이 있고 아들은 부산에서 치과의사, 딸은 국제회계사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해 왔다. 피해자들은 “B 씨가 받아놓은 보증금을 여러 임대 자리로 돌려 막다 구멍이 생겨 잠적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B 씨의 ‘주 무대’가 부산 외곽 지역인 것으로 본다. B 씨는 현재 휴대전화 전원을 끈 채 잠적해 소재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경찰은 전했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경기경찰청에 촉탁 수사를 의뢰하는 등 B 씨를 빨리 검거하기 위해 공조하고 있다”며 “이미 출국 금지 조처가 됐고 체포영장도 곧 발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