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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를 넘어 공존으로 <하> 포용…나와 다른 너, 우리

‘마음의 국경’ 허물고 언어·문화 초월한 이웃사촌 되다

  • 국제신문
  • 김민주 기자
  •  |  입력 : 2019-01-16 20:18:10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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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김해 외국인 수 1만8600명
- 10년 새 47% 급증 … 동상동 밀집
- 시리아 ·파키스탄 등 초등생 늘자
- 합성초 특별학급 ‘가온누리’ 운영
- 한국어 수준 따라 한글·문화 교육

- 동상시장 점포 130곳 중 20여 곳
- 할랄음식 등 각국의 식료품 팔아
- 외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도 다수
- 부산·양산·대구서도 손님 찾아와
- 무슬림 몰리는 주말 ‘이태원’ 방불

지난해 6월 예멘 출신 난민 500여 명이 제주로 몰려들면서 우리 사회 난민 수용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후 진행된 대부분 여론조사의 결과에서 과반수 응답자는 ‘위험성’을 주된 이유로 들어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간 관심 밖에 놓였던 난민은 물론 이주민도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되면서 적극적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 김해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김해 인구 55만2000명 가운데 외국인은 1만8600명. 전체 인구 대비 3.4% 수준이지만, 외국인 수는 10년 새 1만2600명에서 6000명(47.6%)이나 급증했고 이 가운데 난민도 상당수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주거비용이 저렴한 동상동을 중심으로 모여들자 학교에서는 특별학급을 꾸려 외국인 2·3세가 우리 사회에 스며들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였고, 할랄 푸드마켓 등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면서 일대 상권이 살아났다. 변화한 학교, 활기를 되찾은 상권에서 난민 등 이주민과 우리 사회가 융합할 가능성이 엿보였다.
   
김해 합성초등학교 외국인 학생교실 ‘가온누리’에서 김영미 교사가 학생들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난민·이주민 보듬는 합성초

“교사 경력이 20년을 넘었지만, 분쟁국 출신 난민가정 아이의 담임이 됐을 땐 실은 저도 두려웠습니다.” 김해 합성초등학교 특별학급 ‘가온누리’ 운영을 맡은 교사 김영미(50) 씨의 말이다. 시리아 등 분쟁지역을 포함해 모로코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 국가 출신의 초등학생 60여 명으로 이뤄졌다. 전교생이 220명 남짓인 걸 감안하면 외국인 학생이 4분의 1을 차지한다.

여러 국적의 외국인 학생이 급증하면서 합성초는 2016년 교육부에 ‘정책학교 예비학교’를 신청, 이듬해 특별학급인 가온누리를 꾸렸다. 교육부가 경남 일대에 지정한 정책학교는 지난해 말 기준 10곳에 달했다. 김 교사는 초기부터 가온누리를 맡아 난민 등 외국인 2·3세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교육하는 일을 했다. 아이들은 학년에 따라 각 반에 배정돼 있으면서 한국에 온 시기나 한국어 수준에 따라 가온누리 분반에도 소속돼 본학급과 가온누리를 오간다.

아이들이 마음을 터놓는 과정은 지난했다. 김 씨는 “먹는 것부터 문제였다. 할랄 음식만 먹는 나라 아이들은 아예 급식을 거부했다. 토스트로 시작해 이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늘려갔다”고 말했다. 언어 장벽은 충돌을 낳았다. “번호대로 줄을 세우는데 하산이란 아이가 제일 앞에 줄을 섰어요. 한국 아이들이 ‘번호대로 서야 하니 뒤로 가라’고 했는데, 하산은 아이들과 다퉜습니다. 본인에게 불이익을 주려 한다고 생각한 거죠. 외국인 아이들은 피해의식을 갖거나 폐쇄적인데, 한국 아이들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답답해하는 겁니다.”

아이들 말문을 여는 게 급선무였다. 김 씨는 “처음엔 손짓 발짓으로 소통했다. 각국 언어 역사 문화를 독학하며 한국어 교육 자격증을 땄다”고 말했다. 규정상 그는 주당 수업 10시간만 소화하면 되지만, 실제 20시간 이상 수업 강행군을 이어왔다. 그를 통해 마음을 연 아이들은 방과후 가온누리로 몰려 일과를 털어놓는다. 시리아에서 온 함자 군은 “우리(가온누리 학생)는 생김새나 말 때문에 한국 애들과 많이 싸웠다. 선생님께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배웠고, 지금은 한국 친구도 많다”고 말했다. 김 씨는 “교사들이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학습하고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먼저 바뀌어야 한다. 서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이주민 가정의 격리가 길어질수록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도 비싸질 것”이라며 활발한 접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민 덕 활기 띠는 동상시장

지난해 5월 김해 동상시장 인근에 할랄 식육점 ‘오타쉬 카솝’이 문을 열었다. 무슬림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락된’(할랄) 방법으로 도축된 고기만 먹는다. 점원 자론 기드(우즈베키스탄) 씨에 따르면 소 양 닭고기를 취급하는 이곳엔 1주일에 2000명이 방문한다. 그는 “이곳을 통하지 않으면 인천까지 가거나 해외택배로 고기를 사야 한다. 김해를 중심으로 수요가 치솟아 가게를 연 것인데 부산, 양산은 물론 대구 등 경북에서도 손님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무슬림 손님이 몰리는 주말 이 일대는 별천지가 된다. 오타쉬 카솝에 들른 외국인은 일반적으로 향신료 생선 채소 과일 등 식료품을 사러 동상시장을 향한다. 식육점과 시장 사이 약 300m 구간 건물 1~4층에는 각국 전통음식과 식료품을 파는 가게로 채워졌다.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도 생겼다. 지난해 11월 이곳에 식료품 가게를 낸 스리랑카인 요한 브리아니샨다 씨는 “몇 년 전엔 고국에 가는 지인에게 부탁하거나 수입 업체를 통해야 했지만 이제 직접 물건을 가져다 파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상시장도 최근 1, 2년 사이 새 국면을 맞았다. 1945년 설립된 이곳엔 ‘아시아마트’ ‘두르가’ 등 수요 변화에 발맞춘 가게가 들어섰다. 동상시장상인회 김철희 회장은 “여러 나라 사람이 방문하는 시장으로 바뀌면서 2017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지정됐다. 각국 요리 경연대회, 다문화시장투어 등이 시장 대표 콘텐츠”라며 “시장 점포 130곳 중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거나 외국 손님을 위한 상점은 20여 곳이다. 지금은 외국 손님·상인이 뒤섞인 모습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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