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이 올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미래교육센터 건립 사업이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교육부가 폐교를 활용해 각종 교육지원시설을 만들라고 독려하면서도 정작 폐교를 활용하기 어렵도록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15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부산 남구 대연동 옛 연포초등학교 이전 부지에 가상현실(VR), 로봇, 드론 등과 같은 첨단장비와 공간을 갖춘 미래교육센터를 건립해 2021년 개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해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지방교육행정기관 재정투자심사규칙 및 심사지침이 개정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시·도 교육청에 보냈다. 개정된 규칙과 지침은 총사업비를 산정할 때 용지비를 포함해야 하며, 이미 소유 중인 부지를 활용할 때나 용지를 무상으로 공급받는 경우에도 용지비용을 포함해 총사업비를 계산하도록 했다.

문제는 폐교 부지의 비용을 사업비에 포함하면 사업비가 크게 늘어나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심)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시설을 만들 때 전체 예산이 100억 원 이상이면 중투심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연포초 이전 부지(9092㎡)는 지난해 개별공시지가 기준으로 1㎡당 122만 원으로 용지비만 111억5000여만 원에 달한다. 이 부지는 교육청 소유여서 따로 부지 매입금이 필요하지 않은 데도 사업비에 포함돼 총사업비는 230억 원으로 훌쩍 뛰어 중투심의 심의 대상에 포함된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투심을 통과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 추진 자체가 안 된다. 실제 교육청이 추진하는 부산수학문화관 건립 사업은 지난해 중투심을 통과하지 못하고 교육부로부터 계획 전면 재검토 지시를 받아 올해 4월 다시 도전한다. 시교육청은 내년 2월 폐교되는 해운대구 반송동 반송중학교 부지에도 미래교육센터를 만든다는 계획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교육청은 중투심 통과 대상 사업규모를 현행 1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정안전부의 지침에 따르면 시의 사업 중 300억 원 이상 500억 원 미만 사업만 중투심 대상이고, 기초지자체는 200억 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만 중투심을 거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 폐교 부지의 공시지가를 고려하면 중투심을 거치지 않고 교육지원시설을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폐교 부지 활용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