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백섬 시지정기념물 선정 이후
- 한 번도 유지보수 예산 못 받아
- 탄저병 등 병충해 예방 ‘구멍’
동백나무에 대규모 탄저병이 창궐한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국제신문 지난 11일 자 1·3면 등 보도)이 부산시 지정기념물 46호로 선정된 이후 10여 년간 유지·보수 예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설물 위주의 예산 지원 탓에 특별 관리를 받아야 할 동백섬 내 동백나무가 홀대받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산시는 동백섬이 1999년 3월 지정기념물이 된 이후 지금까지 유지·보수 예산을 한 번도 지원한 적이 없다고 14일 밝혔다. 동백섬의 동백나무는 유지·보수가 필요한 ‘시설물’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다.
시 지정기념물은 역사·문화·생태적 가치가 높아 특별히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유적 건축물 군락지 등에 관리 주체를 부여하려고 지정한다. 통상 지정기념물이 되면 각 구·군이 관리 업무를 맡고, 필요할 때 유지·보수 비용을 시에 청구할 수 있다. 동백섬도 마찬가지다. 수목에 병이 생겨 방제 비용이 필요할 때 해운대구가 시에 관련 예산을 청구하면 심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동백섬 관리 기관인 해운대구 관광시설관리사업소는 시로부터 단 한 차례도 원형 유지·보수 예산을 받은 적이 없다. 원형 유지·보수 예산이 건축물 기념물 등 시설의 보수·보존 비용을 위주로 집행되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해 9개 구·군(16건)에 지정기념물 문화재 보수·정비 사업비로 29억 원을 지원했는데, 이 역시 모두 성벽 건축물 기념품 등 시설의 보수·보존을 위해서만 쓰였다. 시 문화유산과는 “동백섬의 원형 유지·보수는 주변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을 막고 해안 절벽 등 자연경관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동백나무를 문화재로 보기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 별도 군락지가 아니라 지정기념물 내 수목까지 문화재로 보기도 어렵다. 유지·보수비를 요청해도 지원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동백나무 탄저병 등 동백섬 수목 병충해 예방을 위해 해운대구가 수시로 전문 인력을 동원해 방제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산의 시목(市木)인 동백나무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매년 해운대구 관광시설관리사업소가 시로부터 공원 관리 예산 1억여 원을 받지만, 인건비 재료비 등을 빼고 나면 이 돈으로 동백섬 수목을 관리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시민단체 해운대촛불 신병륜 활동가는 “지역 문화재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이 건축물에 매몰된 건 심각한 문제”라며 “천연자원인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는 등 특별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