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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61> 양산 교동 국개 벽화마을길

담장으로 이은 벽화 … 동네 한 바퀴 돌다보면 동화 한 편 읽은 듯

  • 김성룡 기자
  •  |   입력 : 2019-01-13 19:54:25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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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 등장인물 익살스러워 재미
- 사라진 국개다리·빨래터도 재현

- 조선후기 건축양식 양산향교
- 한때 고등공민학교 자리잡기도

- 지역 대표하는 상징적 춘추공원
- ‘고향의 봄’ 노래비·충혼탑 눈길

- 우거진 숲에서 운동하면 운치
- 길 평탄해 어린이도 걷기 좋아

경남 양산시 교동 국개 벽화마을은 마을 담장에 그려진 벽화로 유명한 곳이다. 2014년 인근 양산여고 학생들이 재능기부로 그린 이 벽화는 ‘전통과 미래의 공존’이 주제다.
   
양산시 국개 벽화마을길 담장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김성룡 기자
국개 벽화마을 길은 벽화마을을 거쳐 양산향교와 춘추공원, 춘추공원 산책길로 이어지는 2㎞ 코스로 40분이면 걸을 수 있다. 차를 가진 사람은 양산시 강서동 복지행정센터에 차를 대고 걸어가면 된다. 이곳에서 보면 오른쪽은 국개 벽화마을, 왼쪽은 양산향교, 뒤쪽은 춘추공원이다.

강서동 복지행정센터에서 길을 건너서 모퉁이를 돌면 양산향교 쪽으로 난 담장에 벽화가 그려진 국개 벽화마을 골목길이 나온다. 씨름경기와 어린아이들의 말타기 놀이, 의자를 들고 벌을 서고 있는 교복 입은 초등학생 모습 등 옛 추억을 더듬게 하는 다양한 내용의 벽화를 볼 수 있다. 벽화는 등장인물을 익살스럽게 표현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은 사라진 국개다리와 빨래터도 벽화로 재현했다. 학생들은 옛 문헌을 뒤적이고 마을 어르신들의 말을 종합해 이전 모습을 구상했다. 이 벽화는 시비를 지원받아 그려졌다. 시는 담벼락을 벽화로 채색해 미관을 살리고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 차원에서 벽화사업을 시작했다. 인근에 향교와 호국선열을 모신 춘추공원이 있어 벽화가 어우러지면 국개 벽화마을이 있는 교동을 지역 명소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벽화사업을 추진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벽화마을길 인근에 있는 춘추공원.
벽화가 완성되자 많은 사람이 찾아 시의 기대가 헛되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이후 춘추공원 산책길이 조성돼 벽화마을길과 연결되면서 이곳 벽화길을 찾는 사람이 더욱 늘었다. 실제 2017년 열린 벽화마을 걷기대회에는 많은 사람이 참가하는 대성황을 이루었다.

벽화마을길은 평탄해서 어린이와 같이 걷기에도 좋다. 벽화길 초입에서 벽화를 감상한 후 조금 걸어가면 양산향교가 보인다. 양산향교에서는 청원재, 풍영루 등 조선 후기의 독특한 건축 양식을 간직한 건물을 감상할 수 있다. 양산향교는 1406년(태종 6)에 현유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창건됐다. 조선 시대에는 국가로부터 토지와 전적, 노비 등을 지급받아 교관 1명이 정원 30명의 교생을 가르쳤다. 하지만 갑오개혁 이후 신학제 실시에 따라 교육적 기능은 없어지고 봄·가을에 석전을 봉행하며 초하루·보름에 분향을 하고 있다.

1956년 향교 내에 양산고등공민학교를 설립해 전통 교육기관과 현대식 교육기관이 혼재하는 보기 드문 사례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 향교는 경남도 유형문화재 제20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향교의 운영은 전교 1명과 장의 수명이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동네한바퀴 돌기’ 행사에서 주민이 국개 벽화마을 길을 걷는 모습.
향교의 성전 뒤에는 굴이 하나 있는데 임진왜란 때 향교의 문서를 감추었던 곳이라고 한다. 벽화는 그린 지 제법 오래돼 색이 바랬고, 일부에는 낙서도 있어 아쉽다. 벽화 거리 끝에 이르면 토담집이 나온다. 토담집 주차장으로 발을 옮기자 광활한 면적의 춘추공원 야생화 단지 조성 현장이 보였다.

아직 내용물 조성이 안 돼 휑한 모습이었다. 춘추공원 진입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니 공원 입구가 나타났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자 입구에 양산 출신으로 임시정부 재무장관을 지낸 윤현진 선생의 동상이 보였다.

공원에는 양산 출신인 이원수 선생의 동요 ‘고향의 봄’ 노래비를 비롯해 봉안각과 각종 체육시설이 있다. 또 조국을 지키기 위해 순국한 분을 기리는 충혼탑과 충렬사, 신라가 삼국통일을 하는 데 큰 공을 세운 김유신 장군의 아버지 김서현 장군비도 있다. 김서현 장군은 신라 시대 삽량주(옛 양산 지명) 도독(지금의 시장)을 지냈다.

   
이 춘추공원에는 곧 ‘독립공원’이 조성된다. 양산시가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기념관 등을 지어 보훈 교육장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춘추공원에 올라가면 교동 주택지는 물론 양산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유산·어곡공단 등지에 빼곡히 들어선 공장도 볼 수 있다. 저녁에는 도로를 가득 메워 거북운행을 하는 차량행렬도 눈에 띈다. 공단 진입로 체증의 심각성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춘추공원에 난 산책길을 걸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거진 숲 사이로 곳곳에 조성된 체육시설에서 운동을 하며 자연의 운치를 만끽하는 행복감도 남다르다. 산새 소리와 함께 바람에 우는 듯한 수목의 미세한 떨림소리에 귀 기울이며 벤치에 앉아 있으면 천국이 여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길이 평탄해 가족과 함께 걸으면 좋은 코스다. 외지 방문객에게도 걷기 장소로 권할 만한 곳이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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