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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를 생태 자산으로 <3> 20년 만에 깨어난 람사르 논란

성난 어민 달랠 비책 없으면 ‘람사르 습지’ 등록은 요원

  • 하송이 박호걸 기자
  •  |   입력 : 2019-01-10 19:01:37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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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1990년대 공론화했지만
- 하구지역 어민 집단 반대로 무산
- 지난해 오 시장 공약으로 재점화

- 시민단체 “지역 경제 도움” 환영
- 어민 “각종 규제로 재산권 침해”
- 최근 포럼선 양측 고성 오가기도

- 지자체 어민 의견수렴 업무 놓고
- 담당 부서간 책임 떠넘기기 급급
- 일각선 “시장 공약 시늉은 안돼
- 꾸준한 설득·시장 의지 보여야”

낙동강 하구 습지의 람사르 등록 논란이 20년 만에 다시 불붙었다. 지난해 오거돈 부산시장 공약에 포함되면서다. 람사르 협약은 물새 서식 습지대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 협약으로, 전세계 170개국 2332곳 2억4960만740㏊(지난해 11월 기준)가 이에 따라 보호받고 있다. 낙동강 하구 습지가 람사르에 등록되면 그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과 더불어 보전과 관리도 더 체계적으로 이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어민들은 2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생존권 위협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어 이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10일 아미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 습지 전경. 1990년대 실패했던 낙동강 하구 습지 람사르 등록이 오 부산시장의 공약에 포함되면서 20년 만에 공론화되고 있다. 전민철 기자
■20년 표류의 역사

람사르 협약은 1971년 2월 2일 이란 람사르에서 채택돼 1975년 12월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1997년 7월 28일 101번째로 람사르 협약에 가입해 그해 강원 인제 대암산 용늪을 처음으로 등록했다. 이후 경남 창녕 우포늪, 전남 순천만·보성갯벌, 무안갯벌 등도 람사르 습지로 지정돼 현재는 모두 23곳 1만9618㏊가 등록돼 있다.

낙동강 하구 습지를 람사르에 등록하려는 노력은 환경부가 낙동강 하구 습지보호구역을 람사르 등록 대상으로 선정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시도 1997년 10월 용역 보고서까지 냈으나 지역 어민의 집단 반발에 부닥쳤다. 당시 등록 추진 반대 탄원서에 서명한 어민은 12개 어촌계 2000명이 넘었다. 이후 2008년 경남 창원 람사르 총회 개최를 계기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낙동강 하구 습지의 람사르 등록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역시 어민들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람사르 등록을 위해선 이해당사자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 어민들이 반대할 경우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하다.

최근 람사르 등록 움직임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은 오 시장의 공약에 포함되면서다. 시는 지난해 9월 람사르 습지 등록과 관련한 민관 준비단을 구성할 것을 시민단체에게 제안했다. 또 10월에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13차 람사르총회에서 하구 습지 등록 추진 사실을 전달할 것”이라며 람사르 등록 추진을 공식화 했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습지와새들의친구 김경철 국장은 “낙동강 하구는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멸종위기종이 관찰되는 지역이다. 람사르 등록은 하구 습지의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알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주기재(생명과학과) 교수도 “람사르 등재로 추가로 더해지는 규제는 없다. 오히려 낙동강 하구 브랜드화를 이끌어 지역과 연계하면 어민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민 반대는 여전하다. 어민이 람사르 협약 자체를 ‘규제’라고 인식하는 탓이다. 어민은 1966년 낙동강 하구가 철새도래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래 50년 이상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화재구역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보전지역 습지보호지역 특별관리해역 등 ‘4중 규제’로 어로·양식 활동과 사유재산권에 침해를 당했다는 거다.

양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29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낙동강 하구 포럼’에선 방청석에 앉은 어민들과 환경단체, 학계 관계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市, 람사르 등록 의지 있나

시가 낙동강 하구 습지의 람사르 등록을 재추진 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두 달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도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어민 동의가 람사르 등록으로 가는 첫 단추임에도 지난해 10월 4일 어민대표 12명과 만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추진 의지를 하나로 모아도 모자랄 판에 담당 부서도 현재로선 모호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어민을 접촉해 온 곳은 기후환경국으로, 지난해 10월 4일 어민 면담에서 ‘소통과 협의를 계속하자’고 하던 와중에 26일 시 다른 부서에서 습지 등록 추진을 공식화하는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보도자료를 배포한 부서는 사회통합담당관실이다. 사회통합담당관실 관계자는 “시의 정책 추진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분명한 의지를 표현하고자 공식화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후 어민과의 대화는 단절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향후 계획도 안갯속이다. 어민 의견 수렴 업무를 두고 기후환경국과 사회통합담당관실이 서로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더니 최근에서야 기후환경국은 람사르 등록 총괄, 사회통합담당관실은 어민 갈등 문제를 맡는 것으로 이원화됐다. 하지만 지금도 시가 직접 설득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전문 기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정하지 못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공약에 포함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하는 시늉만 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의지가 없어보인다”고 꼬집었다.

앞서 순천만과 동천하구를 람사르 습지에 등록한 순천시의 사례를 보면 주민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반대를 돌파할 지자체장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순천시 관계자는 “순천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람사르 협약에 등록할 때 이곳 어민도 갈대를 태우며 극렬히 반발했다. 당시 어민에게 멱살을 잡히거나 갯벌에 쳐박히지 않은 공무원이 없었다”며 “시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공무원은 시장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 어떻게든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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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송이 박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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