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혐오를 넘어 공존으로 <중> 절규…내 목소리 들어줘

서로 좀 다른 것뿐인데 … 당당하게 다름을 말하게 해주세요

  • 국제신문
  • 김민주 기자
  •  |  입력 : 2019-01-09 19:29:54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공공장소서 성추행을 당해도
- 피해자에게 되레 책임 돌아와
- 학교·직장 등서 혼자만 속앓이
- 집회 현장서 가슴속 얘기 꺼내

- 성 소수자로 ‘아웃팅’당하면
- 혐오 쏟아지고 등 돌리기 일쑤

-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만들고
- 제도 개선으로 함께 걸어가야

■여성 혐오를 멈춰라

2017년 말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수십 년간 유명 여배우 등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전력이 드러나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앤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등 세계적 스타들이 폭로에 가세하면서 ‘미투(#MeToo)’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부산에서는 최근 8개월간 지역 번화가인 서면에서 일곱 차례에 걸쳐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이어졌다.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에 맞춰 ‘부산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 기획단’의 주도로 지난해 5월 시작된 끝장집회는 이후 ‘불법촬영(몰카) 중단 촉구’ ‘스쿨 미투’ 등 여성을 향한 일상적 혐오와 차별, 범죄 같은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로 번졌다.
   
지난달 27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지난달 27일 마지막 집회가 열렸다. “최근 1년간 제가 당한 성추행과 다른 여성의 피해 사건 등 7건의 고소·고발을 진행했습니다. 처벌된 경우는 1건이지만 적어도 신고된 사람은 조심하지 않을까요?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지면 처벌받는다는 것, 피해자가 두려워하거나 참지만은 않는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공개 발언에 나선 김이해 씨의 말이다. 김 씨는 “도시철도에서 당한 피해 사실을 가족에게 알렸을 때 ‘왜 밤늦게 도시철도를 탔느냐’는 말을 들었다. 억울했다. 피해의 책임은 가해자가 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며 집회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매회 집회에 참석해 자신이 겪고, 듣고, 본 성추행 사건을 말하고, 고발했다.
끝장집회에는 여성혐오 문제 해결을 외치며 매회 남녀 100~150명이 자리를 메웠다. 연령대도 10~50대로 다양했다. 기획단에 참여한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변정희 소장은 이 집회가 그간의 여성 운동과 다른 방식으로 전개됐다고 했다. 변 소장은 “과거엔 단체 소속이 아니면 여성도 집회에 참가하기 어려웠다. 남성은 아예 배제됐다”면서 “하지만 끝장집회는 SNS에 일정이 공지되고, 여성혐오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가하며 7차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공간은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교사의 성희롱 발언에 괴로워하던 고교생, 대학·직장에서 혐오와 차별을 겪던 이들이 찾아와 가슴 깊이 묻어둔 고통을 털어놓는 해방구가 됐다.

일각에서는 여성 혐오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가 여성 내부에만 그친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관심이 높아진 건 고무적이다. 사회적 소수자 인권학회인 동아대 ‘무지개 책방’ 정민 씨는 “끝장집회 덕분에 ‘코르셋’(여성 대상 규제) 등 여성 내부에서도 의견이 달랐던 문제 논의가 활발해지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여성 혐오 문제 해결을 위한 학회·동아리가 싹트게 됐다”며 “일상화된 여성혐오와 차별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을 거리로 불러모은 것 자체가 변화의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차별 막는 제도 마련을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제2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제신문 DB
‘술=간암 담배=폐암 동성애=에이즈’ ‘Real Love 사랑은 남녀가 참 좋아요’.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 구남로에서 열린 제2회 부산퀴어문화축제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던 단체가 내건 현수막 글귀다. 성 소수자의 성적 지향을 ‘비정상적 질병’으로 여기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경찰 추산을 보면 이날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는 1000명. 반대 집회에는 1800여 명이 참가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팽배했다. 광주에서는 축제 퍼레이드 행렬에 난입하려 한 반대집회 참가자가 경찰에 제지됐고, 인천 대구의 퀴어문화축제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장소와 시간을 옮겨 진행했다.

부산에서 퀴어문화축제는 2016년부터 매년 열렸다. 1년에 한 번 성 소수자와 지지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응원을 얻는 의미를 띤다. 하지만 매년 사회적 논란이 불붙는 것을 지켜보는 축제 기획자들의 마음도 편하지 않다.

“부산 첫 퀴어문화축제 때 눈을 가린 아이 손에 피켓을 들려 세운 걸 보고 충격받았어요. 피켓에는 ‘남남(男男) 엄마 아빠는 싫어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동성애가 아이들에게 해롭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건데 일종의 아동학대라고 봅니다.”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 욘세(활동명) 씨다. 성 소수자인 그는 “과거 성 소수자에겐 직설적인 혐오 표현을 했는데 요즘은 교묘하게 경멸하거나 ‘너희를 사랑하는 우리가 치료해주겠다’는 표현을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 압박도 뒤따른다. 충돌을 우려해 축제를 불허한 해운대구는 무허가 집회를 열었다며 기획단에 과태료 240만 원을 매기고 욘세 씨를 고발했다.

같은 기획단에서 활동하는 이하람 씨는 원치 않는데 성적 지향이 폭로되는 ‘아웃팅’을 겪었다.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장면이 언론에 공개된 그는 “성적 지향과 무관하게 관계를 맺었던 직장 동료, 친구 등 주변인 상당수가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더럽다’ ‘불쾌하다’고 비난하며 곁을 떠난다. ‘신상털이’로 이어지면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부산 일부 기초의회의 인권조례에서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 내용이 삭제돼 성 소수자 보호 노력이 퇴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 소수자가 커밍아웃해도 안전한 사회. 이들의 일차 목표다. 성 소수자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는 아직 혐오에 가깝지만 조금씩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욘세 씨는 “과거엔 성 소수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혐오가 덜한 측면도 있었다”며 “레인보우 보트(성 소수자 투표 캠페인)를 통한 제도 개선 등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부산교통공사

 많이 본 뉴스RSS

  1. 1‘일본 변수’ 부울경 총선 판도 흔드나
  2. 2류현진 11승…사이영상 경쟁자 “셔저 긴장해”
  3. 3태풍 ‘다나스’ 부산 심하게 할퀴고 갔다
  4. 4[부동산 깊게보기] 거꾸로 향하는 부동산 대책과 더 ‘기울어질 운동장’
  5. 5[세상읽기] 신물산장려운동 /원성현
  6. 6‘보이콧 재팬’ 계속 확산…일본 여행 취소 동참 줄이어
  7. 7[도청도설] ‘파리 목숨’ 감독
  8. 8[국제칼럼] 감독 바꾼다고 롯데가 달라질까 /안인석
  9. 9우거진 수목…실개천…100년木…정원 아름다운 아파트가 뜬다
  10. 10[서상균 그림창] 물 국회
  1. 1조국, 연일 對日 '항전' 주문…"겁먹고 쫄지말자…싸워 이겨야"
  2. 2‘일본 변수’ 부울경 총선 판도 흔드나
  3. 38월 한미연합연습 명칭…'동맹' 대신 '전작권 검증연습' 검토
  4. 4바른미래·평화당 각 정파 ‘제3지대 신당’ 동상이몽
  5. 5조국 “쫄지말자” 연일 대일항전 촉구…야당 “선동질 말라”
  6. 6미국 볼턴, 한일 순방…양국갈등 중재 나설까
  7. 7정의당 부산시당 새 위원장에 현정길
  8. 8여야, 일본 대응 초당적 기구 금주 실무협의
  9. 9청와대·5당대표 ‘초당 협력’ 무색…여야, 추경무산 또 “네 탓”
  10. 10
  1. 1 거꾸로 향하는 부동산 대책과 더 ‘기울어질 운동장’
  2. 2‘보이콧 재팬’ 계속 확산…일본 여행 취소 동참 줄이어
  3. 3우거진 수목…실개천…100년木…정원 아름다운 아파트가 뜬다
  4. 4 원전 해체 강국으로 가는 길
  5. 5“해체계획 철저히 세워 안전하게 진행된다면 경제효과 저절로 발생”
  6. 6정부 ‘일본 수출규제’ 대응 추경 2730억 원 확정
  7. 7보험설계사 정보 공개된다…통합시스템 22일부터 개시
  8. 8한국, 10대 수출대국 중 가장 가파르게 수출 감소
  9. 9타지역 출신 청년 24명에 임대주택 제공
  10. 10위기의 대형선망 선단감축 가속화
  1. 1부산진구 348㎜... 태풍 다나스 소멸했지만 부산 곳곳 난리통
  2. 2버스 내릴 때도 교통카드 터치해야…부산시 할인방식 변경
  3. 3부산 센텀시티 지하 하나로 연결한다…민자개발 추진
  4. 4태풍에 거대 쓰레기장 된 광안리해수욕장…아쉬운 피서객들
  5. 5‘그것이 알고싶다’ 황주연 전처·내연男 상대로… “11년째 수배전단에”
  6. 6한국 기대수명 82.7년, OECD 상위권…건강염려증 높아
  7. 7고유정 독방요구 했지만… “현재 재소자·교도관과 잘 지내고, 밥도 잘 먹어”
  8. 8 경북 상주 지진… “청주 대전 등지에서도 흔들림 느껴”
  9. 9영화 ‘도둑들’ 출연배우 임달화, 행사중 흉기에 복부 찔려...피의자 조사 중
  10. 10황하나 ‘아버지 경찰청장 베프’ 자기 말 부인… 105일만의 석방
  1. 1 도스 안요스 신성 레온 에드워즈와 맞대결
  2. 2토트넘 VS 유벤투스 손흥민 선발 출전 “호날두 나와” TV조선서 중계
  3. 3'사이영상 경쟁 희비' 류현진 11승, 셔저는 복귀 연기
  4. 4광주세계수영=김수지 銅·우하람 4위…역대 최고 성적 올린 한국 다이빙
  5. 5UFC ‘약대 파이터’ 손진수 첫승 재도전… “데뷔전 이후 10개월 만 중계는?”
  6. 6스파이크 연습만 해도 "우와∼" 부산 깜짝 배구 열기
  7. 7광주세계수영=수구 골키퍼 이진우, 안면블로킹 투혼 "50번 맞아도 괜찮아"
  8. 8추신수, 일주일 만에 시즌 16호 홈런 '쾅'
  9. 9광주 첫 패배 불구, 아이파크, 통한의 자책골로 승점 차 못 줄여
  10. 10광주세계수영=여자 계영 400m서 대회 첫 한국신기록 '3분42초58'
귀촌
경남 창원 진북면 김기태 씨
해피-업 희망 프로젝트
불안장애·유뇨증 임주리 양
  • ATC 부산 성공 기원 달빛 걷기대회
  • 제5회 극지 해양 도서 독후감 공모전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