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보호자가 병원에서 의료인을 위협하고 폭행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지만 대부분 피의자가 선처받거나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친다. 더구나 이러한 상황은 응급실뿐 아니라 진료실 등에서도 발생하고 있어 응급의료법상 처벌 강화와 함께 대상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이영욱 부장판사)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A(34)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환자 보호자인 A 씨는 부산진구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사가 진료를 위해 나가 달라고 요구하자 상의를 벗어 문신을 보이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이 소란으로 119구급차를 타고 온 응급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11월 응급실에서 물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동을 벌이다 의사를 폭행한 부산지역 한 경찰(56)도 이달 중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안전한 의료환경은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 안전과도 직결되지만 위협·폭행을 가하더라도 실제 처벌은 대개 선처하거나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의사·간호사가 크게 다치지 않는 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응급의료진이 아닌 일반의료진을 폭행한 경우 의료법에 따라 가중처벌이 가능하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어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선처나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보건의료노조가 시행한 ‘2018년 보건의료 노동자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2만9620명 중 폭행을 당한 경험자는 3248명(11%)에 이르렀고, 대응 방식은 ‘참고 넘겼다’는 답변이 61.3%로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응급의료법상 처벌을 강화할뿐만 아니라 적용 범위도 응급실뿐 아니라 진료실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의료계는 주장하고 있다.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은 ‘예견된 비극’이었다는 얘기다. 의료계 관계자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환자나 보호자에 의한 폭행에 노출되지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응급의료법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