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고작은 소동 셀 수 없이 많아
- 보안요원 추가 배치 검토 불구
- 법적근거 없고 예산 부담에 난항
- 실효성 없어 의료진 보호에 한계

2018년을 하루 남긴 지난달 30일 새벽 2시30분께. 술 취해 보행 중 교통사고를 당한 A(37) 씨가 119구급차에 실려 보호자와 함께 부산의료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담당 의사는 A 씨가 보호자와 큰 소리로 떠들자 주의를 줬다. 그러자 불만을 품은 A 씨는 의사가 진료를 위해 윗옷을 올려 달라고 하자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의사가 진정하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A 씨는 급기야 주먹을 의사 코앞에까지 들이댔다. 보안요원이 투입됐지만 헛수고였다. A 씨의 고성과 욕설, 협박은 새벽 4시께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계속됐다. A 씨가 소란을 피우는 동안 응급실 진료는 완전히 마비됐다.

부산지역 병원에서 환자 등이 의료진을 협박·폭행하는 사건(국제신문 지난달 25일 자 6면 보도)이 연말연시에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임세원 교수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숨진 가운데 이런 사건이 부산에서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최근 3년간 부산경찰청에 의료진 협박·폭행 피의자가 정식으로 입건된 사건만 40건에 달한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소동은 셀 수 없이 많다고 의료계는 주장한다. 이 때문에 지역 의료계는 경찰 통계 뒤에 숨은 응급실의 위험한 현실을 정부가 들여다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부산의료원 응급실 관계자는 “부산에서 경찰에 정식 접수된 사건이 3년간 40건이라는 것도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많은 사건이 응급실에서 끊임없이 벌어져 의료진이 불안에 떤다”며 “의료진은 환자와 보호자의 폭언·폭행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강북삼성병원 사건 이후 병원 응급실 등에 보안요원을 추가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지역 병원들은 이 같은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예산 부담이 큰 데다, 보안요원 활동의 법적 근거가 없어 의료진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학병원 등 대형 병원은 그나마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지역의 중소 병원은 보안요원 확충으로 재정 부담이 커져 응급실 운영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벌써 전전긍긍한다. 게다가 보안요원은 경찰과 달리 활동에 법적 근거가 없다. 폭행 사건이 발생해도 의료진 보호는커녕 본인 보호도 어려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산대학병원 정재범 지부장은 “단순히 보안요원만 늘리는 게 정답이 아니다”며 “정부는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구체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