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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를 생태 자산으로 <1> 하구 습지를 가다

섬·모래톱·둔치…새와 사람이 나눠 쓰는 생명의 땅

  •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   입력 : 2019-01-02 20:18:43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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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하구의 진주 진우도
- 갯벌은 철새의 먹이터가 되고
- 섬에는 물수리 솔개가 산다

- 도요등·신자도 모래톱은
- 물떼새 도요새의 안락한 쉼터

- 훼손·보전 역사 뒤섞인 을숙도
- 지금은 새와 사람의 공간 분리
- 둔치 따라 산책하다가도
- 갈대숲에 숨겨진 자연습지서
- 철새 만나는 경이로움에 빠지다

강을 따라 흘러온 모래가 켜켜이 쌓여 발밑에서 솟아오르는 곳. 낙동강 하구엔 이렇게 자연이 빚어낸 습지가 곳곳에 숨어 있다. 을숙도(일웅도 포함)를 비롯한 4개의 섬(島)과 4개의 모래톱(嶝), 그리고 4곳의 둔치가 바로 그곳이다. 형태는 조금씩 달라도 모두 오랜 세월 새와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온 지역이다. 서부산 개발이 가속하는 지금, 낙동강 하구 습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미산 전망대에서 본 하구 습지. 전민철 기자·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새들의 고향, 모래톱

지난달 부산 사하구 장림포구에서 작은 어선을 타고 남쪽으로 10여 분을 달려 도착한 도요등에는 모래 아지랑이가 어지럽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ㄴ’ 모양의 이 모래톱은 낙동강 하구 습지 중에서도 도요·물떼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다른 섬이나 모래톱은 사초과 식물이 점령해 크기가 작은 도요새가 경계를 하며 쉬기 힘들다. 반면 도요등은 사방이 트여 알래스카나 시베리아에서 번식하던 도요새가 오세아니아로 넘어가는 중간 기착지로 봄·가을철 많이 찾는다.
   
좀도요.
다시 배를 타고 이번엔 신자도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언덕이 있었다. 통보리사초 등 사초과 식물이 초지를 형성하고, 소나무도 보였다. 신자도에는 섬 서쪽과 동쪽에 아직 모래톱이 남아 있다. 모래톱은 이동성 물새에게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도요새가 밀물 때 쉴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습지와새들의친구 김경철 국장은 “도요등과 신자도의 모래톱이 없어진다면 도요·물떼새가 쉴 곳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번엔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진우도로 향했다. ‘낙동강 하구의 진주’라고 불리는 이곳은 남쪽으로는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북쪽으로는 갯벌이 형성돼 세계적으로도 진귀한 생태계로 꼽힌다. 진우도 앞 갯벌은 철새의 먹이터 역할을 하고, 섬 안에는 물수리 솔개 등 맹금류가 많이 서식한다. 그런데도 진우도는 환경부가 지정하는 습지보호 지역에서 빠져 이곳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 국장은 “도요등이 신생 섬이라면 신자도는 육지화가 진행되고, 진우도는 완료된 섬이다. 이 세 곳만 봐도 낙동강 하구 습지의 변천 과정을 모두 알 수 있다”며 “도요등은 작은 새가 쉴 수 있게 세심하게 가꾸고, 신자도와 진우도는 생태 관광과 교육 자원으로 활용하기 좋다”고 덧붙였다.

■훼손과 보전의 산증인, 을숙도

   
낙동강 하구 습지에는 철새 등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사진은 큰고니.
을숙도로 향했다. 에코센터 뒤편에 조성된 인공 습지에 얇게 채 썬 고구마 500㎏을 뿌리자 철새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청둥오리 사이에서 큰고니 30여 마리도 먹이를 먹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철새가 많이 찾아 이름도 새 을(乙) 자로 시작하는 을숙도는 훼손과 보전의 역사가 뒤섞인 곳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농경지로 사용되었으나 낙동강 하굿둑이 만들어진 후 풍파를 겪었다. 준설토 적치장, 해양분뇨 처리시설, 쓰레기매립장 등 각종 혐오 시설 집합소였던 것. 부산시는 1999년이 되어서야 친환경 을숙도공원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준설토적치장과 파밭 등으로 사용되던 을숙도 하단부에 인공습지 6개를 만들어 철새를 위한 공간으로 복원했다.

현재 을숙도는 새와 사람이 나눠 쓰고 있다. 을숙도문화회관이 들어선 A지구와 에코센터가 위치한 B지구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하지만 하단부의 핵심보전지구(D지구)와 완충지구(C지구)는 소규모 체험 행사 외에는 사람의 출입이 철저하게 제한된, 새들의 공간이다.

■사람과의 공존을 택하다, 둔치

   
쇠제비갈매기.
“맥도(염막) 둔치는 염분이 많아 과거 쌀농사 대신 보리농사를 지었던 곳이라 맥도(麥島)라고 합니다.”

조유례 생태문화해설사는 “과거엔 갈대가 많아 공예품을 만들어 팔았고, 갈대밭에 사는 게로 젓갈을 담아 판 돈으로자식들 학교도 보냈다”고 덧붙였다.

맥도 둔치는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면서 도로에 가까운 쪽엔 운동 시설을 비롯한 이용지구가 조성됐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수로에 가면 물닭 등 새들을 볼 수 있지만 이용지구에선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조 해설사는 “과거 갈대 축제도 개최될 만큼 갈대가 유명한 곳이었다. 좋은 콘텐츠가 있는데도 특색 없는 공원이 돼 버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흰죽지.
대저 둔치는 둔치 중 마지막에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곳이다. 시민들에겐 유채꽃 축제로 유명하지만 새들에게는 무성한 갈대숲 사이 오롯이 숨어 있는 습지로 인기를 끄는 곳이다. 둔치를 찾은 지난달 20일에도 둔치 가운데 자리 잡은 신덕 습지서 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조심스레 갈대를 헤치고 들여다보니 수백 마리의 큰기러기와 30여 마리의 고니류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다. 자연 습지에서 야생 철새를 보자 경이로움에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강 건너 삼락둔치로 향했다. 이곳은 둔치 중에서도 물억새 낙우송 등 습지 식물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봄·여름철에는 맹꽁이와 두꺼비 등 양서류가 대거 서식하기도 하는 곳이다. 황정희 생태문화해설사는 “보통 이용지구만 들렀다 가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론 갈대와 물억새 사잇길이 순천만 만큼 좋은 곳”이라고 귀띔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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