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터서 홀몸 어르신 등에 배포

- 연탄 300장·현금 든 봉투 등
- 연말연시 이웃돕기 온정 쇄도

“양이 줄었다고 그 마음이야 줄었겠습니까. 마음은 더 커졌다는 걸 아니까 감사할 따름이죠.”

	최근 익명 기부자가 보낸 10㎏짜리 백미 50포대가 부산 서구 암남동 주민센터에 쌓여 있다. 부산 서구 제공

최근 부산 서구 암남동 주민센터에 10㎏들이 쌀 50포대가 배달됐다. 10년째 이맘때면 어김없이 쌀을 보내온 익명 기부자의 ‘선물’이다. ‘이름 없는 천사’로 통하는 기부자는 그동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쌀을 보내왔다.

그런데 이번에 온 쌀은 무게가 달랐다. 평소 20㎏들이 50포대를 보내온 기부자는 올해 그 양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러나 주민센터 측은 오히려 이 기부자의 더 큰마음이 느껴져 어찌할지를 몰랐다.

암남동 주민센터 김민지 사회복지 주사는 “줄어든 쌀 무게만큼 익명 기부자가 올 한 해 힘들게 보내셨을 생각을 하니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며 “연말연시면 항상 후원 물품이 모자라는데, 이 기부자는 매년 빠뜨리지 않고 쌀을 보내줘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주민센터는 익명 기부자가 보내온 쌀을 홀몸 어르신과 1인가구 등에 골고루 나눠줬다. 주민센터는 이 기부자가 누구인지 수소문하기도 했지만, 본인이 신원을 밝히지 않으려 하는데 굳이 알아보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그냥 ‘익명 기부자’로 남겨뒀다.

이외에도 서구에는 익명 기부자의 온정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0일 초장동 주민센터에 익명 기부자가 연탄 300장을 전달했다. 덕분에 홀몸 어르신 2명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1일에는 충무동 주민센터에 한 주민이 찾아와 현금 5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충무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이름을 물어보니 익명으로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봉투를 건네고는 황급히 나가서 얼굴도 제대로 못 봤다”고 했다. 주민센터는 이 돈을 사랑의 열매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맡겼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