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 위기를 겪은 후 우리 사회는 경제적인 불안정성이 커지고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이 시기에 맞물려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 차별 해소를 위한 복지와 인권 정책은 확대되었고요. 하지만 극심한 경쟁에 내몰린 사회 구성원들이 이를 ‘무임 승차’나 자신의 기득권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심화됐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약자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우리 사회의 혐오 확산에 대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안전연구센터 김정혜(사진) 부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김 위원은 젠더폭력 예방, 피해자 보호 등 연구 분야 전문가로 2016년 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할 때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에 참여했다. 김 위원은 “이주민 여성들은 처음 보는 사람으로부터 ‘밤에 남편과 잠자리는 괜찮으냐’ ‘내 아내로 있으면 매달 30만 원을 주겠다’ 같은 말을 듣곤 한다. 여성이나 성 소수자도 길거리, 대중교통, 화장실, 상가 등지에서 일상적으로 혐오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혐오 표현이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논리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는 “혐오 표현은 대상이 되는 집단이 갖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해치는 말이나 글을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용인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혐오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 구성원의 인식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김 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미투 운동도 인식 변화를 겪으면서 지속될 수 있었다. 과거 ‘성폭력은 개인적 문제’라고 여겼다면, 많은 사람이 피해 사례를 폭로하고 공유하면서 성폭력이 권력·상하 관계 같은 구조적 문제를 끼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많은 시민이 성폭력 외의 차별이나 혐오를 구조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피해자를 지지하면 개선 요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식이 변화해야 제도 개선도 가능하다. 그는 “사회 구성원이 기득권을 내려놓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차별 등을 외면한 대가였다는 걸 인식하는 데서부터 혐오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