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매직(magic)’으로 시작했다.

	30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큰엉해안경승지에 있는 한반도 모양의 숲속 정경 앞에서 연인 한 쌍이 손가락을 걸며 새해의 희망을 약속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연초부터 ‘박항서 매직’이 남쪽 베트남에서 올라와 한국을 덮었다.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맡은, 경남 산청 사람인 박항서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아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는 매직의 시작이었다. 이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동남아 축구의 월드컵인 스즈키컵 우승까지 나아갔다. 덕분에 한국과 베트남의 교류가 늘고, 베트남전을 둘러싼 두 나라의 갈등과 상처가 완화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평화의 매직’이 폭죽처럼 터졌다. 지난 4·5·9월 잇달아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 평화를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포옹하고, 손을 잡았다. 남과 북 사이의 견고했던 적대·증오·오해의 상당 분량이 사라졌다. 이 매직의 감동은 완성의 묘미를 살리지 못해 아쉽다.

태국의 유소년 축구 선수 12명과 코치 1명이 17일 만에 구조된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매직이다. 갑자기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나 동굴 안에 갇힌 13명을 구하기까지 세계에서 모여든 구조 전문가들은 헌신했고, 언론은 차분하게 접근했다. 태국 당국은 구조된 아이들의 안정과 치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침착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마술처럼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방탄소년단(BTS)이 수많은 세계 젊은이를 K팝 팬으로 만드는 ‘BTS 매직’을 부리자, ‘퀸 매직’이 화답했다. 지난 10월 국내에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숱한 ‘아재’ 팬과 가족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전설적인 록밴드 ‘퀸’과 BTS의 매직 덕분에 팬들은 즐거웠다.

‘전환’이라는 키워드를 빼고는 한 해를 얘기할 수 없다. 지난 6·13지방선거를 통해 23년간 공고했던 특정 정당 중심의 지방정부 권력이 전면 교체됐다. 민선 7기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을 비롯해 많은 단체장이 지난 7월 취임했다. 그 뒤로 6개월의 세월이 지났다. 6개월은 새로운 ‘전환’의 그림을 펼쳐 보이기에 충분치 않은 기간일 수 있다. 그래서 2018년 무술년 마무리와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 출발이 중요하다. 진짜 ‘전환’을 보여주어야 한다.

2018년을 살아낸 많은 사람이 어려움과 아픔을 겪으면서도 훌륭한 성과를 내놓았다. 그런 성취는 새해에도 이어지고 더 많이 쌓여야 한다. 한국 사회를 크게 진전시킨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 운동’, 청년들이 주도해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 제정’, 갑질을 몰아내고 공정한 사회 문화를 이루자는 ‘을들의 반란’이 그러하다. 또 있다. 더 많다.

그러니 부디, 2018년을 이어받는 2019년, 파이팅! 다시 한번, 매직!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