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인 25일 서울 목동의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서 세계 최장 고공농성 기록이 새롭게 쓰였다. 벌써 409일째다.

연합뉴스

이날도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굴뚝 위에서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에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했다.

이 농성은 모회사의 공장 가동 중단과 정리해고에 반발해 2014년 5월 27일부터 2015년 7월 8일까지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차광호 지회장에 이은 두 번째 농성이다.

두 사람 모두 한국합섬 출신 노동자다.

장기간 노사분규를 겪었던 한국합섬은 결국 2007년 5월 파산했다. 이후 ‘스타플렉스’가 한국합섬을 인수한 뒤 ‘스타케미칼’이란 신설법인으로 공장을 재가동했다.

하지만 스타케미칼은 2013년 1월 경영난으로 공장 가동을 멈췄고 노조원들은 이익을 챙기고 빠지는 ‘먹튀’라고 주장했다.

차 지회장이 2014년 5월27일 스타케미칼 공장 45ｍ 높이 굴뚝에 먼저 올랐다.

차 지회장은 408만에 사용자 측과 고용보장, 노조 및 단협 합의를 이뤘다. 당시 합의서에는 사측이 별도 법인을 세워 노조원 고용을 보장했다.

또 신설법인은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 활동을 보장하며 단체협약은 2016년 1월 내 단체교섭을 진행해 체결을 완료하기로 했다.

이에 스타플렉스가 충남 아산에 만든 새로운 회사인 ‘파인텍’으로 복직한 노조원들은 2016년 1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같은 달 내로 맺기로 한 단체협약은 체결되지 않았고 노조는 같은 해 10월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는 또 공장 가동을 멈췄다.

2017년 11월 12일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다시 고공농성을 결심했다.

당시 합의 내용을 두고 노조와 사측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파인텍 노조 측은 “파인텍지회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책임은 명백히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에게 있다”며 “김 대표는 공장을 헐값에 인수해 2년 만에 폐업하며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그에 맞선 408일의 고공농성으로 이룬 노사합의를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노조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며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맞섰다.

스타플렉스 관계자는 “한국합섬 시절 5년간 가동을 멈췄던 공장을 180억원을 들여 재가동했다”며 “초기에 30억 원씩 발생하던 적자 폭을 4억 원대로 줄였지만, 노조가 또 파업을 벌여 영업이익이 급전직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무리한 요구와 파업으로 공장 운영이 어려워져 가동을 멈춘 것이지 공장을 위장폐업했다는 노조 측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