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명 숨지고 아직 1명 의식불명
- “폐수처리업체 허가제로 전환”
- 법개정 요청에도 정부는 난색
“환경부가 제2, 제3의 사고를 예방하기는커녕 방치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다시 사고가 터져 희생자가 나온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합니까.”
지난달 28일 부산 사상구의 한 폐수처리업체에서 발생한 황화수소 누출 사고 이후 재발 방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시 관계자는 분통을 터뜨렸다. 재발 방지책 마련의 열쇠를 쥔 환경부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며 손을 놓고 있는 데 따른 불만의 표시다. 황화수소 누출 사고로 중상자로 분류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폐수처리업체 간부 A(38) 씨는 지난 14일 오후 숨졌다. 이로써 중상자 4명 가운데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병원에서 치료 중인 B(42) 씨는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와 사상구는 유독물질 관련 사고가 매년 거듭되자 사고 재발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벼른다. 하지만 뒷짐만 지고 있는 환경부 탓에 개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시와 구는 유독 물질 사고를 막기 위한 핵심 대책으로 물환경보전법 개정을 환경부에 요구했다. 법 개정을 통해 폐수처리업체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면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본다. 시는 지난 13일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폐수처리업체 관계자 등이 모인 자리에서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시와 각 구·군에 실질적인 감독 권한을 주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폐수처리업체 측이 허가제로 변경되면 비용과 인력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환경부 관계자는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자리를 떴다. 시 관계자는 “감독 권한이 없는 일선 지자체는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몰라 벌벌 떨어야 한다. 막상 사고가 나면 모든 비난은 관할 지자체에 쏠린다”면서 “환경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나 고용노동청도 인력 부족을 이유로 폐수처리업체에 대한 근로 감독 및 위험물 정기 점검에 소홀하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와 구는 물론 구의회, 시의회 및 지역 국회의원까지 나서 환경부와 관계기관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대근 사상구청장은 “중상자 한 분이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중상자가 회복되더라도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이번 사태를 완전히 수습할 수 없다”면서 “시, 관련 기관과 협력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이상 화학반응을 일으킨 폐수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성분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폐수처리업체 관계자 및 폐수를 내보낸 연구소 측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