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 해 동안 우리 사회를 충격과 슬픔에 휩싸이게 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국제신문은 ‘어두운 자화상’인 사건·사고 6건을 추려 뒷얘기와 현재 처리 과정 등을 되짚어 보면서 새해에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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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고 촉구하는 고 윤창호 씨의 친구들. 국제신문 DB |
- 같이 피해당한 배준범 씨는
- 무릎과 골반다쳐 거동 못 해
- 피의자 첫 공판 이루어졌지만
- 유족에 직접 사과·연락은 없어
- 윤 씨 아버지 “절대 합의 않겠다”
“법 제정까지 이뤄냈지만, 자식 잃은 저희 부부의 애달픈 마음은 어찌할 길이 없네요. 재판부의 엄단을 바랄 뿐입니다.” 17일 고 윤창호 씨의 아버지 윤기현(54) 씨는 아들의 사고 이후 망가진 가족의 삶을 전하며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강조했다.
지난 9월 25일 윤 씨는 고교 단짝 배준범(22) 씨와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였다. 이후 윤 씨의 친구들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음주운전자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 관련 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을 추진한 지 40여 일 만에 ‘윤창호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윤 씨의 부모는 추석 명절에 외가에서 식사를 마친 뒤 “친구를 만나고 오겠다”며 집을 나선 아들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현실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머니 최은희(51) 씨는 아들의 사고 이후 식음을 전폐하고 있다. 아버지 윤 씨는 “주변에선 시간이 약이라고 하는데, 아내의 우울증이 심해진 데다 대인기피증까지 겹쳤다. 아들이 그렇게 된 걸 자신의 탓으로 여겨 밥도 안 먹고 울기만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윤 씨의 여동생 역시 수능시험을 40여 일을 앞두고 오빠가 사고를 당하면서 이번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는 등 가족 모두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윤 씨와 함께 사고를 당한 배 씨는 목숨을 건졌지만, 무릎과 골반 등을 크게 다쳐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을 못 한다.
이 같은 사연은 윤창호법 제정 운동 과정에서 친구들이 느낀 소회와 함께 진정서에 담겨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됐다. 지난 7일 이 사건의 첫 공판에서 가해자 박모(26) 씨의 변호인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 측은 아직도 가해자로부터 직접 사과를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박 씨의 변호인은 “금전적 보상 등을 통한 형사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 재판부에 구체적인 양형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혀 재판과정에서 검찰과의 치열한 양형 다툼을 예고했다.
검찰은 피해자와 그 가족이 다음 달 11일 열리는 2차 심리에서 진술하도록 독려하는 한편 윤 씨 친구들을 증인으로 신청해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의 당위성을 피력할 예정이다. 윤 씨 친구들은 18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재판부가 엄격한 판결을 할 수 있도록 촉구한다.
윤 씨 아버지는 “가해자와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지 않는 용서를 누가 할 수 있겠느냐”며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친구들의 노력이 빛이 바래지 않을 판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