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전 성폭력 사고 후 설치
- 첫 신고학생 비상벨 답없어 분통
- 평소 무응답 잦았다는 증언도
- 외부인 출입 자유로운 행정실
- 허술한 보안에 입주 학생들 불안
- 성추행 20대 오늘 영장실질심사
지난 16일 부산대 여학생 전용 기숙사 ‘자유관’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국제신문 17일 자 6면 보도) 때 비상벨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허점 외에도 기숙사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추행 사건을 처음 경찰에 신고한 재학생 A 씨는 17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새벽 1시20분께 자유관 3층에서 피의자 B 씨와 피해 여학생 C 씨의 승강이 소리가 들렸다. B 씨는 “따라가자”며 윽박질렀고, C 씨는 “어디를 가자는 말이냐”며 저항했다. 5분 정도 정적이 흐른 뒤 C 씨의 비명이 들렸다. 이에 A 씨가 현관문을 열었고, A 씨와 눈이 마주친 B 씨는 “조용히 있다가 갈게”라고 말하며 갑자기 문 앞으로 뛰어왔다.
놀란 A 씨는 문을 닫았지만, B 씨는 계속 문을 두드렸다. A 씨는 경비실에 신고하려고 방안에 달린 비상벨을 쉬지 않고 눌렀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A 씨는 “경찰에 신고한 뒤 B 씨가 연행되는 걸 보고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비상벨은 2013년 발생한 기숙사 성폭행 사건의 대책으로 학교 측이 설치한 안전장치다. 비상벨을 누르면 경비실로 연결된다.
그러나 자유관 학생들은 “실수로 누르는 사례가 잦다는 이유로 비상벨을 작동시켜도 응답이 없거나 빨리 끄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며 “왜 설치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야 할 장치가 실제 상황 발생 때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학생들은 이 밖에도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관 학생들 설명을 종합하면 교내 기숙사 통합행정실이 자유관에 마련돼 외부인도 출입할 수 있다. 또 사건 전날인 지난 15일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하는 바람에 5분가량 ‘도어락’이 자동 해제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9월 자유관 입주가 시작된 이후 엘리베이터가 운행 중 멈추는 사고만 14건에 달했다. 엘리베이터가 지하 2층으로 추락하는 일도 있었다.
부산대 여성주의 동아리 ‘여명’은 18일 대자보를 붙여 학교 측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총학생회는 사건 발생 직후 ‘기숙사 행정 만족도 설문 조사’를 시작했다. 부산대 조한수 총학생회장 당선인은 “학교 측에 분명한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7일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상해·치상) 혐의로 B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날부터 부산대 기숙사 순찰을 시작했다. 검찰 역시 즉시 영장을 청구했다. B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8일 오전 10시 부산지법에서 열린다. 피해자 C 씨는 현재 이가 부러지고 입술이 터지는 등 상처를 입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