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대구와 서울에 이어 세 번째로 대리운전기사 노동조합이 생긴다. 부산시는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의 설립 신고증을 17일 교부한다. 이는 지역 내 대리운전 종사자의 노조 설립을 시가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대리운전산업노조는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시의 노조 설립 신고 반려에 항의하고,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는 그동안 대리운전기사를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이 학습지 교사 등 특수 형태 근로자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해 방침을 바꿨다.

부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노기섭(북구2) 의원이 지난 16일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관련 질의를 하기도 했다. 노 의원은 “다른 시·도와 비교했을 때 부산에서 노조 설립을 반려할 이유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모든 대리운전기사가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현재 부산 9개 회사에 6000명가량의 대리운전기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들 기사 가운데 1개 회사에만 소속돼 일하는 1800명(30%) 정도가 노조에 우선 가입할 수 있다. 최병로 노조위원장은 “2개 이상 회사에 등록됐거나 낮에는 다른 일을 하면 법원이나 사측에서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로 판단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1개 회사 소속으로 활동하도록 유도해 노조의 권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오거돈 시장은 “이번 조처를 계기로 대리운전기사들이 주도적으로 열악한 노동 조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