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초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의 일부 시설물이 파손됐지만 복구 작업은 하세월이다. 부산시와 수영구가 예산 탓을 하면서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어 해당 시설은 두 달이 넘도록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12일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 지난 10월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파손된 격벽과 피복석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수영구는 예산 부족으로 태풍 피해를 입은 민락수변공원의 배수로 징검다리와 이탈된 피복석 등을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피복석은 제방이나 방파제가 파도로부터 손실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그 위에 쌓는 큰 돌이다. 수영구가 아직 복구하지 못한 피복석은 110개로, 이 가운데 32개가 수변공원 곳곳에 널려 있다. 나머지 피복석은 파손된 채로 바다 속에 널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영구는 망가진 배수로 징검다리 주위로 보행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안전 펜스만 설치해 놓은 채 복구에 손을 놓고 있다.

수영구는 현재까지 파손된 벤치 원목 교체비용으로 290만 원을 쓴 것 외에는 복구작업에 예산을 쓰지 않고 있다. 대신 구청장과 부구청장이 지난달 시에 재난관리기금 3억 원을 요청했다.

이에 지난달 21일에는 시 재난복구 담당자가 수변공원 파손 지점을 방문해 점검했다. 수영구 관계자는 “현장을 방문한 시 관계자가 복구예산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면서 “파손된 벤치 잔해에서 원목을 찾아 다시 그 자리에 끼우는 등 예산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복구작업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영구의 바람과는 달리 시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구의 시설물 파손은 구에서 복구해야 한다. 태풍 ‘쁘리빠룬’으로 영도구의 한 도로가 유실돼 5억 원을 지원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시가 관리하는 도로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 차원에서 복구를 도와야 할 만큼 중요한 관광자원이라고 판단되면 특별교부금 지원을 검토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수영구 관계자는 “연간 자체세입이 500억 원에 불과한 구가 3억 원의 예산을 자체적으로 부담하라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류민하 기자 skycolor@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