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12월 정기국회 회기 중 제정이 확실시되자 데이트 폭력 근절 기대감이 고조된다. 여성계에서는 이 법을 통해 데이트 폭력을 온전히 막기 위해서는 앞으로 지방자치단체 노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계가 지자체 역할론 강조하는 이유는 법률안이 여성에 대한 폭력방지와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서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에도 상당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이 제정되면 데이트 폭력 예방과 피해자 관련 정책 도입과 시행에서 지자체 자율성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목소리에 힘입어 부산여성가족개발원 홍미영 선임연구위원은 부산시가 해야 할 노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앞서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9월 발표한 ‘부산지역 데이트폭력 실태 및 예방체계 구축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시가 해야 할 노력은 모두 5가지로 요약된다. ▷조례 보완 ▷젠더 폭력 대응 전담 기구 마련 ▷데이트 폭력 피해자 상담·치료지원 확대 ▷시민 대상 데이트 폭력 전문 예방 교육 시행 ▷지역사회와 연계한 시민 홍보 강화가 그것들이다.

특히 홍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트 폭력 피의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피해자가 정책적으로 보호와 지원을 받는 것”이라며 “시는 현재 시행 중인 ‘여성·아동 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조례’를 꼼꼼히 검토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산지역 여성단체 또한 홍 연구위원 제안에 공감했다. 다만 부산성폭력상담소 서지율 국장은 “시가 확대된 자율성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정책과 사업을 진행하되 불필요한 센터를 건립하는 등과 같은 자율성을 남발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여성단체들은 시가 하루빨리 젠더 전담팀을 신설하고 여성단체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요구에 부산시의회 윤지영(비례) 의원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은 데이트 폭력을 근절하는데 좋은 계기”라며 “관련 조례 개정, 시와 여성계 사이 중재, 예산 확보 노력 등으로 화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부산시는 여성계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 관계자는 “바깥에서 보기에는 시의 행보가 다소 더디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계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