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첫 사례… 처분 수위 고민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전 간부가 자신의 택시회사 차량 일부를 도급제로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에서 ‘도급 택시’ 실태가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부산시는 처벌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시는 택시운송사업조합 전 간부 A 씨의 회사 택시 91대 중 23대가 도급제로 운영됐다는 신고를 접수해 조사한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고 2일 밝혔다. 국제신문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이번에 적발된 택시 중 9대는 LPG 사용량이 ‘0’인데도 상당 거리를 주행했다. 한 택시는 2016년과 2017년 LPG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2년간 주행거리가 6만8444㎞에 달했다. 이외에도 대부분 차량이 LPG 사용량을 초과하는 거리를 주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업체는 유가보조금 등 세제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도 LPG 사용량을 빠뜨렸다는 건 해당 택시가 회사의 관리에서 벗어나 운영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신고자 측은 택시운송사업조합 전 간부의 택시회사가 이런 수법으로 2년간 2억2392만 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도급제란 회사 소속이 아닌 기사에게 일정액의 계약금이나 납부금을 받고 차량 운영에 관한 권리와 책임을 전임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12조 ‘명의이용행위’ 위반이다. 적발 때 감차 또는 사업자 면허 취소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 전과자 등 부적격자도 택시를 몰 수 있어 택시를 범행 수단에 사용하는 등 공공 안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2008년 도급 운영 사실이 적발된 업체를 10년간 소송 끝에 지난 3월 퇴출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시는 처분 수위를 고민 중이다. 부산에서 도급 택시가 행정 처분을 받은 선례가 없어서다. 시 관계자는 “명의이용행위 위반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회사의 지휘를 받아 택시를 몰았다면 도급제가 아닌 ‘전일제’로 본다는 판례가 있다. 이 경우 감차 처분은 면한다”며 “서울시 사례를 검토해 처벌 수위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