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든 재발 가능성 잠복
- 사고 이틀째 4명 의식불명
폐수처리업체가 밀집한 부산 사상구 지역이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담당 자치단체 등의 유기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이대로라면 지난 28일 발생한 유독가스 누출 사고(국제신문 29일 자 6면 보도)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현재 부산의 10개 폐수처리업체 중 7개가 사상구 학장동 감전동 삼락동 등지에 몰려 있다. 이들 업체의 안전 관리는 사상구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부 노동부 등 4개 기관이 맡는다. 그러나 관리 주체가 분산된 건 물론 가스 누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대책이 없다.
사상구는 물환경보전법에 따라 처리를 마친 폐수의 수질만 분기별 1회 측정한다. 또 폐수처리업체는 ‘폐수 배출 시설’로 분류돼 공장 밖으로 연기 등을 내보내는 ‘대기 배출 시설’과 달리 ‘정화 후 배출 장치’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 처리 과정에서 벌어지는 어떤 돌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없는 셈이다. 지난 28일 발생한 황화수소 누출 사고도 폐수 처리 과정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빚어졌다.
다른 기관의 안전 대책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pH농도를 조절하는 황산 수산화나트륨 등 유해물질 자체만 관리한다. 환경부는 관련 법령과 정책에 대해서만 점검한다. 노동부는 근로자 작업 환경을 조사하는데, 근로감독관 수가 적어 사실상 중대 재해가 발생한 이후에야 현장에 나간다.
이처럼 폐수 처리 공정이 관리되지 않으면서 사상구 주민과 근로자는 매년 유독가스 공포에 시달린다. 지난해 6월 덕포동 한 폐수처리업체의 폐수 처리 과정 중 화학반응으로 이산화질소가 누출돼 주민 2만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사상구에서 비슷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폐수처리업체 설립이 ‘허가’받는 게 아니라 ‘등록’만 하면 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사상구와 부산시는 지난해 6월 대형사고 이후 폐수처리업체 설립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법 개정을 환경부에 요구했지만 진척이 없다.
전문가들은 허술한 안전 관리를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동의대 손장호(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로 폐수처리업체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가 분명히 확인됐다. 정부는 법·지침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며 “거듭되는 사고의 배경에는 업무가 여러 부처에 나뉜 점도 있다. 전문가들이 모여 업무 분담을 확실히 하고 시와 구에 단속 권한을 이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8일 황화수소 누출 사고 피해자 중 의식불명에 빠진 4명은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소방 관계자는 “심폐소생술로 맥박은 회복했지만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