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부산시의 ‘선거용 사업’에 줄줄이 제동이 걸려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부산시는 ‘태종대권 종합개발계획’과 관련해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한 사업이 없다고 27일 밝혔다. 태종대 공원을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밑그림도 그리지 못한 셈이다.

전임 서병수 시장은 지난 4월 태종대·감지해변·중리산·중리해변 지구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2026년까지 태종대 일대를 개발한다는 내용의 ‘태종대권 종합개발계획’을 발표했다. 공원을 둘러볼 수 있는 모노레일과 글램핑·트리하우스 등 이색 숙박 시설을 선보인다는 내용이다. 당시 용역 결과 총 5483억 원이 소요되고 시 재정 투입은 290억 수준으로 책정됐다. 현재 투자를 하겠다는 민간사업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민간 투자를 끌어 모으려면 좀 더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 공원 내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할 예산을 4억 배정해 더 좋은 투자 조건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꿎은 피해는 영도구에 돌아왔다. 태종대 공원 입구인 동삼2동에 위치한 부산 순직 선원위령탑을 공원 내로 이전시키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2015년부터 계획을 세우고 국비와 시비까지 확보했지만 써보지도 못하고 반납했다. 1979년 세워진 위령탑 시설은 낙후된 시설과 관리 소홀로 이전 요구가 불거졌다. 특히 위령탑과 주거지가 너무 가깝다는 민원이 국민권익위원회에까지 접수돼 대체 부지를 선정했지만 시의 개발계획에 막혔다.

위령탑이 이동하면 해당 부지로 옮길 계획이던 영도 승마장도 자리를 지키게 됐다. 중리산 중턱에 위치한 승마장은 1971년 준공된 이후 대회를 치르지 못할 정도로 낡아 엘리트 선수도 이곳에서 제대로 훈련하지 못한다. 지난해 시에서 현장 답사까지 마쳤지만 ‘도미노 효과’로 제자리에 머무르게 됐다. 영도구 관계자는 “태종대 공원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시가 관리하는 지역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황은 부산 곳곳에서 보인다. 부산 야구팬의 숙원이던 야구장 신설은 ‘돔구장이냐 개방형 야구장이냐’ 여부도 정하지 못했다. 시는 지난 3월 사직야구장 중장기발전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결과에 따라 3만석 규모의 개·폐형 돔구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오거돈 시장 당선 후에는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내부에서 다각적인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섬유패션특화거리 사업(동구 범일동·부산진구 범천동 일대) △동남권 근현대역사문화관광벨트 등도 용역조사에 그쳤거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없다. 중앙버스전용차로(BRT)와 오페라하우스도 사업이 중단됐다가 재개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각 구에서 진행하던 사업이 막힌 경우도 많다. 강서구는 맥도에 유치할 예정이던 제2 컨벤션센터 사업이 멀어졌다. 2030 엑스포를 북항에서 치르기로 하면서 제2 컨벤션센터도 기존 벡스코 주변에 지어질 전망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우리 구로서는 큰 사업이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사상구도 서부산행정복합타운의 규모가 줄거나 명칭이 바뀔 가능성이 거론돼 불안하다. 부산역과 초량차이나타운을 잇는 공중보행로 사업도 일부 구간 공사가 중단됐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