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본 관련 단체 토론회서
- 한 “약탈유물 부석사 돌려줘야”
- 일 “증거 부족… 대마도 환원을”
‘일본이 한국에서 약탈해 간 정황이 있는 고려불상을 한국 사람이 훔쳐 왔다면 일본에 돌려줘야 할까?’ 부산에서 이 같은 난제를 놓고 토론회가 열려 한국과 일본 패널들이 설전을 벌였다.
| |  |
| 지난 24일 부산 동구 국제라이온스회관에서 열린 ‘대마도 불상 도난 문제에 관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한일 양국의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지난 24일 부산 동구 범일동 국제라이온스회관에서는 ‘대마도 불상 도난 문제에 관한 시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불상이 원래 있었던 충남 서산 부석사 관계자와 일본의 문화재 환수 관련 시민단체, 일반 시민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의 소재가 된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보관돼 있다가 2012년 10월 한국인 절도단이 훔쳐 국내로 밀반입했다. 절도단은 경찰에 적발돼 징역형을 받고 불상은 한국 정부가 몰수했는데, 이후 한일 양국 간 논의에 진척이 없자 부석사는 2016년 4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불상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불상 안 복장물(불상을 만들면서 속에 넣는 사리나 불경 등 부장품) 중에는 ‘천력 3년(1330년) 2월 불상을 만들어 고려 서주(현 서산) 부석사에 모셨다’는 내용의 결연문이 있었는데, 이를 근거로 불상의 원 소유주인 부석사에 돌려주는 게 맞다는 것이었다. 부석사는 불상에 화상 흔적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왜구가 불상을 약탈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 |  |
| 고려 시대 불상인 금동관세음보살좌상. |
지난해 1월 대전지방법원은 ‘훔쳐 온 불상 2점 중 주인이 없는 신라불상은 일본에,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부석사에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판결했다. 피고인 한국 정부가 항소해 현재 대전고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일본 측 패널로 나선 모리모토 카즈오 오사카 경제법과대학 객원 연구원은 “불상에 화상 흔적이 있다고 해서 왜구가 불상을 약탈해 갔다는 건 지나친 비약”이라며 “약탈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일본과 한국의 민법이 모두 ‘소유의 의사를 가지고 취득한 점유물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취득자의 소유’라고 규정돼 있으므로 불상을 일단 대마도 관음사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측 패널인 김병구 변호사는 “자기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소유자의 의사에 반해 물건을 가져갔다면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왜구가 불상을 보관하고 있던 서산 부석사의 동의 없이 약탈했다면 이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김 변호사는 이어 “1심 판결문에 적시돼 있듯 관련 문헌만 살펴봐도 왜구가 부석사에서 이 불상을 약탈해갔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역설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부산외대 김문길 명예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의 하나인 불상 반환 여부를 양국 시민이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문제의 빠른 해결을 위해 내년 상반기 서산 부석사와 대마도 관음사의 주지가 일본에서 만나는 모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류민하 기자 skycolor@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