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관광객의 짧은 체류 허용
- 인천공항만 최대 72시간 가능
- 정부 “불법체류 수단 우려” 억지
외국인 관광객이 비자 없이 짧은 기간 체류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이 부산 관광 활성화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정부는 김해공항과 달리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이를 허용해 지역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유럽 여행을 떠난 회사원 박모(36) 씨는 여행 전 유로화와 함께 홍콩달러도 바꿨다. 환승지인 홍콩에서 잠시 시내로 나가 음식과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박 씨는 “홍콩에서 10시간 이상을 머무르는데 공항 안에만 있으면 너무 따분해 시내에 나가 밥도 먹고 관광지도 둘러봤다”며 “장거리 여행에서 환승지 관광은 빼놓을 수 없는 묘미”라고 했다.
항공기를 타고 장거리 외국 여행을 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상대적으로 비싼 직항을 이용하는 것이고, 하나는 박 씨와 같이 중간 지점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환승여행이다. 우리나라는 유럽·미주 등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면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서 환승하는 사례가 많다.
반대로 한국을 환승지로 삼는 외국인 관광객은 어떨까. 이들도 무비자로 국내 여행을 할 수는 있다. 단,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때만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외국인 관광객 다변화를 위해 이를 허용했다. 현재는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72시간 자유롭게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다. 72시간 이내 나가는 환승 항공권을 가지고 있다면 비자가 없더라도 출국이 허용된다. 2011~2016년 인천공항 환승 외국인 수는 연평균 698만 명에 이른다.
반면 김해공항에서 환승하는 승객은 대기 시간과 관계없이 공항 밖을 나갈 수 없다. 법무부가 무비자 체류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5일 부산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924만 명으로, 인천공항 다음으로 많다. 12개국 40개 노선에서 주 1128편의 항공기가 외국과 김해공항을 오간다. 지역 공항이라서 불법 체류 우려가 더 크다는 억지 논리 때문에 수백만 명에 이르는 잠재적 관광객을 공항 내에 묶어 두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시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해가며 안간힘을 쓰는데, 무비자 입국 허가가 가능해지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며 “연간 700만 명의 환승 관광객이 최대 3일 동안 수도권에 머무르며 쓰는 돈을 생각해보라. 김해공항도 인천공항처럼 무비자 출국이 가능한 공항으로 하루빨리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