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보일러 보다 열효율 낮아
- 미리 알았으면 교체 안 했을 것”
- 설치한 고객 항의에 묵묵부답
- 국정감사서도 “허위광고” 지적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며 수백억 원을 들여 ‘히트펌프보일러’ 교체 지원 사업을 벌여놓고 성능에 문제가 제기되자 고객 불편을 외면해 논란이 인다. 특히 이 보일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고 지적됐지만 한전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부산 남구에서 숙박업소(객실 24개)를 운영하는 신모(69) 씨는 지난해 1월 한전의 안내를 받고 M사의 히트펌프보일러 2대를 설치했다. 한전 남부산지사가 보낸 공문에는 ‘축열식 히트펌프 보일러는 기존 심야전기보일러보다 열효율이 2.4배 높으며, 일일 소비전력량이 42% 절감된다’고 적혔다.
이에 신 씨는 원래 쓰던 30㎾ 심야전기보일러 2대를 15㎾ 히트펌프보일러 2대로 교체했다. 한전의 공문대로라면 기존 보일러보다 교체한 보일러가 열효율이 더 좋아야 했다.
그러나 신 씨는 지난해 12월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객실 난방이 되려면 계기판상 온도가 80~90도는 돼야 하는데 히트펌프보일러를 가동했더니 겨우 60~70도밖에 안 됐다”며 “투숙객이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발생해 결국 기름보일러를 추가로 구매해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 씨가 항의하자 제조사 측은 뒤늦게 “히트펌프보일러 2대로는 24개 객실에 열을 공급할 수 없다. 5대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씨는 “애초 5대를 놔야 한다고 했으면 1400만 원이나 들여 보일러를 교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문제가 지적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정(경기 파주을) 의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전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히트펌프보일러 교체 사업에 771억 원을 지원했다. 한전은 기존 심야전기보일러 사용 고객 등이 히트펌프보일러로 교체하면 200만~250만 원을 지원한다. 대당 가격은 800만~1000만 원가량이다. 이 과정에서 제조·판매사는 ‘월 10만 원 나올 전기료가 6만 원가량 절약된다’고 광고했지만, 실제 절약 금액은 3만 원 수준에 그쳤다.
피해는 신 씨와 같은 소비자의 몫이다. 한전과 제조사는 손을 놓고 있다. 신 씨는 한전 남부산지사와 7개월여 동안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7월 신 씨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하자 한전 측은 연락을 아예 끊어버렸다. 한전 남부산지사 관계자는 “보일러 품질을 보증하고 교체를 독려했기 때문에 최대한 책임을 지고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한전이 계약 당사자가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조사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제조사 관계자는 “신 씨의 요구대로 원상복구 하려면 다른 회사의 각종 설비도 함께 건드려야 해 어렵다”고 말했다.
류민하 기자 skycolor@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