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동네의원 원장 입건 방침
- 의료계 병폐 내부 고발 이례적
가족을 진료하고 약을 처방한 것처럼 속여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챙겨온 부산지역 동네 의원이 원장 딸의 폭로로 덜미를 잡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허위 진료·처방으로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타낸 혐의(의료법 위반 등)를 적용해 A의원 B 원장을 입건할 방침이라고 21일 밝혔다.
“친족을 내세운 허위 진료·처방은 의료계의 고질적 병폐지만, 그동안 내부 고발이 없어 대부분 적발할 수 없었다. 이번 사건은 매우 희귀한 사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을 보면 B 원장의 딸 C 씨는 2008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 의원에서 299건의 진료와 297건의 처방을 받았다. C 씨가 진단받은 질환은 요통 위염 치핵 근시 안구건조를 비롯해 각종 피부염, 어깨 유착성 관절낭염, 편도 주위의 농양, 식도 역류병 등 모두 25가지에 달한다.
C 씨 보험 내역에 기록된 삼차 신경통과 말초혈관 질환은 주로 고령의 노인에게서 발병한다. 특히 C 씨는 2016년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정상 범위였고 간 질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A 의원은 C 씨에게 2013년 4월과 2016년 3월 두 차례 간 질환 진단을 내렸다. C 씨는 “진단받은 질환 중 실제로 앓고 있는 질환은 단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C 씨는 “나의 명의를 원장인 아버지가 도용해 수백 건의 허위 진료·처방을 일삼았다”고 주장하며 건강보험공단에 진정했다. 건강보험공단은 C 씨가 진정한 허위 진료·처방 건 가운데 입증할 수 있는 77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의료법상 환자 진료기록은 5년 치만 유지·관리돼 C 씨가 주장하는 전체 진료·처방 건을 모두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C 씨의 법률대리인은 “C 씨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이런 일까지 당한 것”이라며 “B 원장이 C 씨의 건강 관련 전자기록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바람에 C 씨가 보험에 가입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법 위반으로는 직계존속인 아버지를 형사 고소할 수 없어 C 씨가 건강보험공단에 진정을 넣은 것으로 안다”며 “현재 수사가 마무리 단계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허위 진료가 이뤄졌다 해도 진료기록 등 자료가 없다 보니 우리 쪽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수사 결과 A의원의 혐의가 확인된다면 부정하게 받아 간 급여를 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