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유치원 폐원과 휴업 지침을 강화(국제신문 지난 3일 자 5면 보도)한 이후 부산에서 처음으로 폐원을 희망하는 유치원이 나왔다. 교육청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앞으로 지역 유치원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구 A유치원은 19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내년 2월 28일까지만 유치원을 운영하고 원아 모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일방적인 유치원 휴업·폐원, 원아모집 중지로 인한 유아의 학습권 침해를 막기 위해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현장에 즉시 적용하도록 한 뒤 지역에서 나온 첫 사례다. 2007년 개원한 이 유치원은 현재 140명의 원생이 다니며, 7학급을 운영한다.

A유치원 원장은 “인근 재개발 공사로 학습 환경이 피해를 봤고 아이들에게 안전한 교육 환경을 유지할 수 없어 2019학년도 원아모집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유치원 온라인 지원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신청 기간(21~26일) 전에 학부모들에게 다른 유치원을 안내할 계획이다. 힘에 부쳐 유치원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폐원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지침이 바뀐 만큼 A유치원의 폐원을 그대로 인가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해운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아직 A유치원의 폐원 신청서가 접수되지 않았다. 학부모의 폐원 동의와 유아 지원 계획을 수립한 뒤 신청서를 내는 게 순서다. 이 지침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며 “정식으로 서류가 들어오면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개정된 지침은 유치원장이 운영 악화, 건강 등 신변상 이유로 폐원이 불가피할 때 학부모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졸업하고 남는 유아를 관내 어느 유치원으로 보낼 것인지 유아 지원 계획을 수립한 뒤 폐원 인가 신청서를 관할 교육지원청으로 제출하도록 돼 있다. 관할 교육지원청은 유아 지원 계획이 적정한지를 판단해 폐원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전에는 유치원이 일방적으로 원아 모집을 중지해도 별다른 벌칙을 적용받지 않았다. 하지만 교육부는 최근 유치원이 원아 모집을 중지하면 교육과정 운영의무 위반 및 변경 인가 위반으로 형사 처벌받을 수 있다고 엄중 경고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