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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385> 이아손과 손오공:전혀 다른 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08 19:08:3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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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아손의 아르고호 원정대 이야기와 중국 서유기의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 이야기. 서양과 동양을 대표하는 두 원정담은 대칭적으로 상반된다.

마녀가 도와주는 이아손(왼쪽)과 요괴를 물리치는 손오공.
첫째, 아이손의 아들인 이아손은 왕이 되기 위해 물질적 가치가 있는 황금양피를 가지러 떠나지만, 돌에서 태어난 원숭이 손오공은 당나라 태종 이세민의 요청을 받든 삼장법사를 모시고 정신적 가치가 있는 불경을 구하러 떠난다. 둘째, 이아손은 배를 타고 동쪽으로 건너 가지만, 손오공은 두 발로 서쪽으로 걸어 간다. 셋째, 이아손은 메디아(Media)라는 마녀의 도움을 받아 황금양피를 얻지만, 손오공은 여러 요괴(妖怪)를 무찔러 가며 불경을 얻는다. 넷째, 이아손 이야기에는 권선징악류의 교훈이 없지만, 손오공 이야기에는 선과 악을 대비시킨 교훈이 그득하다. 다섯째, 이아손은 허무하게 죽으며 황금양피도 사라지지만, 손오공은 성불을 하며 불교신앙이 퍼진다.

이아손 이야기가 비극(悲劇)이라면, 손오공 이야기는 기서(奇書)다. 이아손 이야기가 그리스의 3대 비극작가가 쓴 비극들 중 하나라면, 손오공 이야기는 중국의 4대 기서 중 하나이다.

인간은 처참한 비극인 이아손 이야기를 접하며 오늘 나의 현실을 생각하고 감정이 정화된다. 신앙적 기서인 손오공 이야기를 접하며 내일의 이상을 생각하고 기운을 회복한다. 인간만이 그리 정화되고 회복하니 호모 카타르시스(catharsis), 호모 레스토레이션(restoration)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복잡한 생명체다. 고등어보다 높은 고등인(高等人)이지만 때론 단순하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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