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단계 사업 추진도 불투명해

- 오페라하우스·BRT 공사 등
- 전임 시장 핵심사업 줄줄이 차질

서부산권 숙원 사업인 구덕운동장 재개발이 1단계 준공을 코앞에 두고 중단됐다. 진통 끝에 재개하기로 결정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공사에 이어 북항 오페라하우스 건립과 구덕운동장 재개발까지, 공교롭게도 전임 부산시장의 굵직한 핵심·공약사업이 잇따라 차질을 빚어 이런저런 뒷말이 나온다.

2일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 부지를 생활체육공원으로 조성하는 리모델링 공사가 중단돼 있다. 이 공사는 공정률이 95%에 달하지만 “체육시설을 줄이고 주민 휴게 공간을 늘려 달라”는 민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멈춰진 상태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부산시와 서구는 서대신동 구덕운동장 리모델링 작업을 지난달 중순 공정률 95%인 상황에서 잠정 중단했다고 2일 밝혔다. 야구장과 체육관을 철거한 자리에 주차장 200면과 산책로를 포함해 테니스장 풋살장 농구장 등이 들어선 생활체육공원을 짓는 공사다. 애초 시는 사업비 105억 원을 투입해 지난달까지 공사를 끝낼 계획이었다.

모든 공정이 멈춘 직접적 원인은 지역 주민의 민원이다. 총 5개 면이 설치된 테니스장이 너무 넓고,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부산시의회 박흥식(더불어민주당·서구1) 의원까지 나서 “테니스장 5면을 3면으로 줄여 휴식 공간을 확충해야 한다”고 시에 요구했다.

시장과 구청장이 모두 바뀌다 보니 민원을 조율하고 사업을 책임 있게 마무리할 동력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덕운동장 재개발은 서병수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이었다. 지난해 9월 야구장과 체육관이 건축물 안전 진단에서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자 건물을 허물고 시민공원을 짓는 공사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두 달 뒤 야구장·체육관 철거 공사가 시작됐고, 1년여 만에 생활체육공원이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이다. 그러나 이번에 제기된 민원을 비롯해 “전임 시장의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취지의 비판여론 등에 시와 서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위기를 맞았다.

이 때문에 지역 야권 정치인과 주민은 “오랜 갈등 끝에 해법을 찾은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이 또다시 암초를 만난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 기존 계획은 1단계 사업 준공 이후 예산 편성과 발전계획 수립을 거쳐 2단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민간투자 등 구체적 방법까지 언급됐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서구는 일단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시에 전달했다. 서구 관계자는 “사실 (전임 시장 시절에) 급하게 추진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공청회도 진행한 만큼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는 “시민 의견뿐 아니라 서구와 생활체육 분야의 의견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구덕운동장 재개발 일지 2015년 8월 부산시, 구덕운동장 재개발 결정 2017년 9월~2018년 2월 야구장, 체육관 철거 2018년 4월 생활체육공원 조성 공사 시작 2018년 10월 민원 발생에 따른 공사 중단 ※자료 : 부산체육시설관리사업소·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