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과 입법운동 나서

- 법안 공동발의 이용주 의원
- 음주운전 적발 등 크게 실망
- “국회도 못 믿어… 직접 한다”

“다시는 억울한 희생이 없게 할 겁니다.”

	2일 윤창호 씨의 친구 김민진(오른쪽) 씨가 ‘윤창호 배지’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대학생 윤창호(22) 씨의 친구들이 ‘젊음’을 내걸었다. 카투사에 복무 중인 윤 씨는 지난 9월 부산 해운대에서 음주운전 차에 치여 의식불명에 빠졌다. 친구들은 이런 불행이 더는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뜻을 모았다. 특히 윤 씨와 고려대 행정학과 동기인 김민진(여·22) 씨는 학업도 중단한 채 부산에서 생활한다. 김 씨는 윤 씨의 중·고교 동창생 9명과 함께 음주운전 처벌 기준과 수위를 크게 강화하는 ‘윤창호법’의 제정을 위해 뛰고 있다.

2일 부산 해운대백병원 중환자실에서 김 씨와 그의 친구들을 만났다. 이들은 법 제정에 힘이 돼줄 것 같았던 국회도 믿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법안을 공동 발의한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이 지난달 31일 면허정지 수준(혈중알코올농도 0.089%)의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은 살인”이라며 윤창호법에 동의한 국회의원조차 겉과 속이 달랐다.

믿을 건 이제 친구들과 응원해주는 국민뿐이다. 김 씨 등은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 ‘윤창호 배지’ 제작에 들어갔다. 배지의 국화 디자인은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이들과 가족을 의미한다. 이들은 이 배지를 인터넷 블로그 ‘역경을 헤치고 창호를 향하여’에서 판매한다. 윤 씨가 복무 중인 군부대에도 배지를 팔기로 했다. 수익금은 오는 6일부터 온라인은 물론 부산과 서울 등지를 오가며 진행할 ‘윤창호법 제정 서명 운동’의 경비로 쓰고, 남는 돈이 있으면 사회에 기부한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이들은 그동안 청와대 국민청원, 법안 초안 작성, 국회 기자회견, 기자 200명을 상대로 한 이메일 발송 등 갖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친구들은 윤 씨를 간호하며 매일 의지를 다진다. “왜 이렇게까지 애쓰느냐”는 주변의 질문을 받기도 한다. 김 씨 등은 직접적인 답변 대신 이렇게 말했다.

“창호는 꿈이 많은 친구입니다. 작은 원칙도 철저하게 지키고, 무단횡단 한 번 하지 않던 친구입니다. 이런 그가 원칙을 어긴 음주운전자 때문에 하루아침에 꿈을 잃고 병원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음주운전은 살인 행위다.” 입으로만이 아니라 마음과 행동으로 이 말을 지키는 사회를 윤 씨의 친구들은 꿈꾼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