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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흉측스럽다” “공모로 선정”

부산항만청, 예산 12억 원 들여 해운대 바다에 등표 조형물 설치

  •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   입력 : 2018-10-29 19:39:19
  •  |   본지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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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계 “생뚱맞다” 등 비난 일색
- 행정 위주 입찰방식 문제제기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에 잠제(潛堤·수면 아래 있는 방파제) 등표 조형물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민들 사이에선 ‘생뚱맞고, 저질’이라는 비난이, 지역 예술가들 사이에선 입찰 중심 행정 편의주의가 빚은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반면 행정당국은 공모를 통해 선정한 당선작이라며 버티고 있다.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 미포 방향에 설치된 잠제(수면 아래 방파제) 등표 조형물(왼쪽)과 동백섬 방향에 설치된 조형물.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29일 해운대구와 부산해양항만청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2월 높이 12m 크기의 등표 조형물이 미포와 동백섬 앞에 각각 설치됐다. 항만청은 해운대해수욕장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한 잠제를 설치했고, 이 사실을 선박에 알리기 위한 등표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항만청은 해운대해수욕장이 세계적 관광지라는 점을 고려해 조형물 형태의 등표를 제작하기로 하고, 공모를 통해 ‘나루’ 민광식 대표의 ‘세계를 바라보다’를 선정했다. 이로써 동백섬 인근에는 쌍안경을 들고 있는 사람 형태의 초록색 조형 등표가, 미포 쪽에는 팔을 벌리고 뛰어오르는 사람 형태의 빨간색 조형 등표가 세워졌다. 예산은 약 12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주민과 미술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주민 A(38) 씨는 “등표를 볼 때마다 ‘저게 뭐지’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해운대해수욕장에 너무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부산 예술계 B 작가는 “일본에서 온 미술작가와 함께 해운대해수욕장을 거닐다 조형 등표를 깜짝 놀랐다. 저렴하고, 흉측하다”며 “일본 작가도 이를 보고 공해와 폭력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B 작가는 “아름다운 작품(꽃의 내부·데니스 오펜하임)은 없애고, 수억 원을 투입해 경관을 망치는 조각을 설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형물의 기단(基壇)은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나는 형태라 더욱 비난을 받고 있다.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C 조각가는 “기단을 쌓아 올리는 것은 1970~1980년대 유행하던 방식으로, 이순신 동상처럼 위인 동상에나 쓰이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해운대구는 민원이 빗발치자 부산항만청에 기단 콘크리트에 대한 조처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부산항만청 관계자는 “기단을 콘크리트로 만든 것도 작가의 의도였다. 작가의 의도를 침해하지 않고,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C 씨는 “주어진 예산을 정해진 시간 동안 사용해 입찰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작품을 물건 구입 방식에 따라 접근한다면 제대로 된 것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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