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4세 320명 대상 설문하니
- ‘홀로 여가’ 2년새 3.9%P 늘어
- 10대는 입시준비로 주말 반납
- 20대는 취업준비·알바에 허덕
- 빠듯한 시간 확실한 행복 찾아
학업과 취업에 쫓기는 부산 청소년의 여가문화 판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친구들과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대신 홀로 여가를 보내면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
동남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7년 부산 청소년 문화·여가 조사’(13~24세 320명 대상) 결과를 보면 인접한 울산 경남과는 사뭇 다른 결과가 눈에 띈다. 조사에서 ‘여가를 홀로 보낸다’고 답한 부산 청소년 비율은 2015년 13%에서 지난해 16.9%로 늘었다. 반면 울산과 경남은 각각 12.4%포인트, 2.6%포인트 줄었다.
부산 청소년의 여가활동 내용(복수응답)을 보면 ▷휴식(57.5%) ▷컴퓨터 게임(52.2%) ▷문화예술 관람(48.9%) 순으로 나타났다. 2년 전 조사에서 1위(56.1%)를 차지한 ‘TV 시청’ 답변 비율은 39.1%로 크게 줄었다. 대신 휴식·컴퓨터 게임·문화예술 관람이라고 답한 비율은 늘었다. TV 시청 대신 홀로 휴식이나 재충전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국제신문 취재진이 지난 20일 사상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 8명과 좌담회를 연 결과 중학생, 고교생, 20대 초반 등 3개 그룹 모두 “여가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취업을 걱정하는 20대는 주말도 빽빽한 일정과 함께 영어 공부와 아르바이트에 쫓겼다. 중고생은 입시 준비에 바빴다. 권정은(대덕여고 2학년) 양은 “입시를 위해 주말에도 밤 10시까지 학원에 매이는 친구들이 있다. 학원에 가지 않더라도 봉사활동 수행평가 준비로 주말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빠듯한 여가 속에 진짜 자기만을 위한 소소한 취미를 가꾸는 청소년도 많다. 서한결(모라중 3학년) 군은 주말이면 부산시내 또는 밀양 등지를 홀로 여행하며 DSLR 카메라로 사진찍기를 즐긴다. 여행길에서 친구와 스마트폰 메신저로 대화하거나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도 한다. 그는 “주말에 여유가 생기면 혼자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SNS나 블로그에 간단한 여행기를 올린다”며 “친구를 만나도 함께 피시방에 가는 게 전부다. 여행을 하면 재충전되고 사진을 찍으며 성취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한 주를 통틀어 여가가 4시간뿐이라는 김국희(여·동의대 1학년) 씨는 ‘육공 다이어리’ 단장에 공을 들인다. 중간에 구멍이 6개 뚫린 이 다이어리는 기성품과 달리 속지 재질과 디자인, 스티커 등을 스스로 선택해서 만들어가는 게 묘미다. 김 씨는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영화를 내려받아 보면서 휴식한다”고 말했다. 샤프로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김하늘(사상고 2) 군은 “글을 쓰는 데 오롯이 집중하고 나면 희열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사상청소년수련관 정명주 관장은 “부산의 청소년이 울산 경남에 비해 학업 에서 압박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며 “시간을 쪼개 ‘자신만의 여가’를 찾는 아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