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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규제 풀어야 부산이 산다 <2> 어묵 소분 판매를 허하라

대량구매 후 나눠 판매…어묵은 불법·두부는합법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18-10-21 19:36:28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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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묵업체들 법망 단속 피하려
- 다시 튀겨 낱개 판매 ‘고육책’

- 냉장유통 어렵던 1987년 제정
- “1인가구 소비형태 등 반영을”
- 부산시, 정부에 법 개정 건의

‘두부 소시지는 되는데 어묵은 왜 안 되죠?’
   
부산지역 한 베이커리형 어묵소매점. 어묵은 냉장 상태의 완제품을 소분해 파는 행위가 금지돼 있어 현장에서 다시 한 번 더 튀겨 낱개로 판매되고 있다. 이선정 기자
소분(小分) 판매 이야기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납품된 식품 완제품을 소매업자가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덜어서 재포장해 파는 게 소분 판매다. 두부나 소시지 같은 다른 식품은 가능한데 어묵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라 소분 판매가 금지돼 있다. 벌크 형태로 냉장 상태의 어묵을 대량 구매한 뒤 유통기한이 표기된 포장을 뜯어 제품을 별도 비닐봉지에 나눠 담아 판매하면 법에 어긋난다는 말이다.

부산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히트를 친 베이커리형(낱개 판매) 어묵 판매 형태는 이 법령 기준으로 보면 위법이다. 그래서 불법을 피하려 현재 베이커리형 어묵업체들은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일반 판매업이 아닌 ‘즉석판매제조가공업’으로 신고하고, 냉장 상태의 어묵을 소분해 판매현장에서 다시 튀겨 파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하고 있다. 어묵을 다시 튀겨 판매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등이 추가돼 원가가 상승하고, 공장에서 완제품을 제조할 때와 달리 탈유(기름을 빼는 작업)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에 기름기가 많은 어묵을 먹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규정이 생긴 1987년에는 냉장 유통이 일반화하지 않아 어묵이 유통 과정에서 상할 우려가 있어 법으로 규제했다. 냉장·냉동 배송 시스템이 잘 발달된 지금까지도 과도한 규제가 계속된다”며 “1인 가구가 많아지는 등 소비 트렌드가 대량보다 소분 구매를 원하는 방식으로 변하므로 법령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매업자가 처음부터 소분 포장된 어묵을 팔면 되지 않느냐’고 정부는 말하지만 이렇게 되면 원가가 급상승해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힘들고, 소비자도 더 비싼 제품을 먹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지역 어묵업체들은 2012년부터 모든 어육제조가공업체가 HACCP(정부의 식품안전관리 기준) 의무화 대상이 되면서 위생 안전을 철저히 지키는 데다, 어묵은 고형의 완제품으로 제조·유통하는 식품이라 소분을 하더라도 유통기한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수년 전부터 꾸준히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신서비스산업’으로 떠오른 베이커리 형태의 부산발 어육판매시장을 전국으로 확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소분 판매가 필요하다. 부산시는 지역업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법령 개정을 정부에 촉구했다. 시 관계자는 21일 “지난 4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 산하 ‘지역현안점검회의’에 어육제품 소분 판매 허용을 위한 식품위생법의 개정을 건의했고, 16일 자치발전비서관회의 때 좋은 규제혁신 방안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는 어묵과 관련한 이 같은 법령이 없어지면 연 매출 2000억 원, 고용 창출 6000명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실제 법령 개정까지는 갈 길이 멀다. 부산 어육업계의 제안을 받아들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5년 어육의 소분 판매를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다른 지역 소비자단체가 이의를 제기해 무산된 바 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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