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항만공사 명령권 가졌지만
- 강제 어려워 3년간 벌금부과 ‘0’
- “입출항 관리 관련 별도 법 필요”

태풍이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선박의 피항을 강제할 기관이 마땅치 않아 관계자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재난이 발생하면 선박 입출항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태풍 콩레이가 강타한 지난 6일 피항을 가지 않은 바지선이 파도에 휩쓸려 부산 사하구 선박수리단지의 한 업체 레일 독과 충돌하면서 레일이 휘어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6일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부산을 강타했다. 감천항에 있던 선박들은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 또는 진해항으로 피항을 했다. 그런데 이날 사하구 감천항 선박수리단지에 자리한 S 업체의 선박 수리용 바지선은 태풍에도 불구하고 감천항에 머물렀다. 파도에 휩쓸린 바지선은 옆에 있던 업체인 J 중공업의 레일 독(선박을 육지로 끌어올리는 기찻길 모양의 독)을 들이받았다. 감정업체에 피해 상황 파악을 의뢰한 결과 J 중공업의 레일은 휘어지거나 파손됐다. 감정업체 대표는 “레일의 70ｍ 구간에 충격이 갔다. 15~20m 정도가 완파됐다. 레일 10가닥 중 8가닥이 휘었다”고 말했다.

J 중공업이 입은 금전적 손해는 막심하다. 독 위에 올려진 선박을 입수시킬 수 없어 선주에게 영업 손실 보상금을 물어줘야 할 판이다.

또 레일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는 영업을 못 해 매일 수백만 원대의 손해를 보게 됐다. J 중공업 대표는 “왜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피항 조치에 나서지 않은 것인지 답답하다”며 하소연했다.

피항 명령은 부산항만공사(BPA) 주최의 ‘선박대피협의회’를 통해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태풍이 북위 30도에 이르게 되는 시점부터 피항하도록 한다.

S 업체 관계자는 “피항을 하면 손해다. 충분한 안전 조치를 해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J 중공업 대표는 “바지선 업체가 진해항으로 피항시키는 비용을 아끼려다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피항 명령을 어기면 선박입출항법에 의해 벌금 500만 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실제로 벌금이 부과되는 일은 없다. 해수부 관계자는 “최근 3년간 벌금이 부과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피항 명령은 지방청이 자율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피항 명령을 내리는 주체는 부산항망공사(BPA)다. 본래 부산해수청이 주관했으나 2004년 BPA가 생기면서 입출항 사무를 위탁받았다. 그런데 BPA는 피항 명령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BPA 관계자는 “우리는 공사, 즉 기업이다. 정부 기관처럼 강제력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산해수청 관계자는 “항만의 입출항은 BPA가 담당”이라고 밝혔다. 결국 피항 명령을 강제할 수 있는 기관이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를 강제할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수부의 한 과장은 “재난 상황 시의 입출항 관리에 대한 별도의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