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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폐허 부산 재건의 은인' 위트컴 장군 <상> 위트컴 선행 지도

부산대·병원들 건립 지원… 부산역전 대화재 이재민 구호

  •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   입력 : 2018-10-09 19:15:33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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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 부지 확보 결정적 역할
- 美 공병대 동원 진입도로 건설
- 한복 차림으로 병원건축비 모금

- 대한미군원조처 기금 적극 집행
- 동래·양정 등에 이재민주택 지어
- 영도 피란민촌엔 조산원도 마련

리차드 위트컴(1894~1982) 부산 미군군수사령관의 혼이 부산 곳곳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부산은 장군의 제2의 고향이다. 장군과 부산사람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돕거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의로운 마음, 의협심(義俠心)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군은 전후 복구를 위한 대한미군원조처(AFAK) 기금을 수동적으로 집행하지 않고 부산시민의 편에서 발 벗고 찾아다녔다. 부산지역 역사연구가인 강석환 부산관광협회 부회장은 9일 “위트컴 장군의 헌신적인 전후 복구 노력이 없었더라면 부산의 재건은 훨씬 더뎠을 것”이라며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장군을 제대로 재조명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기념조형물 건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군이 부산시민에게 베푼 선행을 지도로 정리했다.
   

■부산대 장전캠퍼스

부산대는 1946년 9월 부산 서구 충무동에서 단과대학으로 개교했고 1953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했으나 이에 걸맞은 캠퍼스 부지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윤인구 초대 부산대 총장은 1954년 6월 8일 부산대를 찾은 위트컴 장군에게 종 모양의 캠퍼스 배치도를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교육에 대한 내 꿈을 사 달라. 부산대의 미래에 투자하라”고 부탁했다. 윤 총장의 비전에 감동한 장군은 당시 경남지사와 이승만 대통령을 설득해서 50만 평의 장전동 부지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술 더 떠 장군은 캠퍼스 조성에 필요한 25만 달러 상당의 건축 자재를 AFAK 사업을 통해 지원하는가 하면 당시 전차와 버스 등 대중교통의 종점인 온천장(현재 부산은행 온천동지점)과 부산대 무지개문을 연결하는 진입도로(길이 1.6㎞)를 미군 434 공병부대를 동원해 건설해줬다.

부산대 김재호 전자공학과 교수(위트컴장군추모사업회 사무총장)는 “지방대 총장과 미군 장군의 아름답고 통 큰 빅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부산대는 위트컴 장군의 부인 한묘숙(1927~2017) 여사가 지난해 1월 1일 별세하자 부산대학교장(葬)으로 치르고 전호환 총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은 것도 이런 인연 때문이다.

■메리놀·침례·성분도병원

그는 전쟁 후 각종 질병에 노출된 아픈 이를 위한 병원 건립에 주력했다. AFAK 프로그램으로 메리놀·침례·성분도·복음·독일적십자병원 등 각종 병원 건립을 지원했다. 병원 건립 기금이 모자라자 그는 한복 차림에 갓을 쓰고 부산 시내를 활보하며 거리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1950년 4월 메리놀수녀의원으로 출발한 메리놀병원의 신축을 돕기 위해 예하 부대원에게 월급의 1%를 공사비로 기부하게 했다. 메리놀병원은 우여곡절 끝에 착공 8년 만에 1962년 11월 종합병원으로 신축됐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부산지역 의료 수준이 전국 최고로 평가받는 데는 장군의 역할이 컸다.

■부산역전 대화재로 그을린 축대

부산역전 대화재 때 그을린 축대가 중구 동광동 영주동 보수동 일대에 남아 있다. 이들 축대에서 화재 열기에 돌이 달궈진 뒤 비바람에 식으면서 일부가 깨진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역전 대화재의 최초 발화지로 지목되는 영주동 535 인근에는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미군의 공습을 피하려고 파놓은 지하 벙커 형태의 방공호와 4m 높이의 환기통이 남아 있다.

부산시민들이 부산역전 대화재 발생 1주년을 맞아 1954년 11월 장군을 기리며 세운 공덕비는 도시철도 1호선 중앙동역 인근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든이 넘은 임종태 문성인쇄사 대표는 “현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동역 14번 출구 인근 외환은행과 정석빌딩 사이, 당시 전차역 전차선 안쪽 역전파출소 인근에 위트컴 장군 공덕비가 있었다”고 공덕비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했다.

■영도 조산원

그는 1954년 6월 영도구 피란민촌을 시찰하던 중 만삭의 임산부가 보리밭에 들어가 아기를 낳는 장면을 목격하고 조산원을 설치했다. 피란민촌 천막에는 7, 8세대 40여 명이 집단 생활하는 터라 아기를 낳을 수 없는 여건이었다.

■양정동·청학동 이주민 주택

그는 AKAF 기금과 부산시비를 투입해 부산역전 대화재 이재민을 위한 주택을 양정동, 청학동, 동래 등에 지었다. 부산 미군군수사령부는 한국군 장병과 함께 양정동에 111세대 규모의 이재민 주택을 지었다. 이를 기념해 1954년 6월 3일 ‘부산시 화재 이재민주택 준공기념비’가 부산진구 양정2동 59의 6 도시철도 1호선 양정역에서 동의의료원으로 올라가는 길가 씨엔에프치킨가게 앞에 높이 178㎝의 첨두 피라미드 형태로 세워졌다. 이 기념비는 양정3구역 재개발지구에 포함돼 철거 위기에 놓였다.

■UN기념공원·UN평화기념관

그는 ‘제2의 고향인 한국의 UN묘지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1982년 7월 12일 숨졌다. UN기념공원에 묻힌 유일한 장성이기도 하다. 부인 한 여사가 지난해 1월 1일 별세한 뒤 이곳에 함께 잠들어 있다. 인근 UN평화기념관 2층에는 위트컴 장군 상설전시실이 지난 7월 12일 문을 열었다. 장군의 가슴 따뜻한 인류애는 이곳을 찾는 시민과 교감하고 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위트컴 선행 지도]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 리차드 위트컴(Richard S. Whitcom
 b) 장군 연보

1894년
12월 27일

미국 캔자스주 출생

1916년

미 육군 소위 임관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참전(마른전투 참가)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참전

1943년

영국 브리스톨 해협 항구 사령관

1944년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군수지원

1950년

그린란드 기지 건설을 위한 군수지원

1953년

한국 군수사령관
부산역전 대화재 이재민 지원

1954년

부산 재건 활동, 부산대 건립 지원

1954년
12월

군수사령부 해체, 전역

1955년

이승만 대통령 정치고문

1960~1970년

베트남 캄보디아 군사고문

1970~1980년

장진호 전투(1950년 11, 12월)서 숨진 미군 유해 발굴·송환 위해 부인 한묘숙 여사 북한 20여 회 방문

1982년 
7월 12일

서울서 별세, 부산 UN기념공원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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